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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완의 My Sweet Zoo <6> 동물들을 위한 월동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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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전기난로 밑에서 추위를 피하고 있는 기니피그

바야흐로 온 몸을 칭칭 동여매고 허연 입김을 뿜어내는 동장군의 계절이 돌아왔다. 990만개의 반짝이는 불빛으로 가득한 환상적인 에버랜드이지만 추위를 피해갈 수는 없는 법. 에버랜드의 동물들이 사는 동물원은 과연 어떻게 월동준비를 하고 있을까.

그런데 동물원의 월동준비를 알아보기 전에, 동물들은 태생적으로 추위를 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이다. 추위에 강한 동물이 있고, 약한 동물이 있어 동물들에 따라 각기 다른 겨울나기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 정확한 답이다.

추위에 강한 동물들은 모두 다 알다시피 북극곰과 한국호랑이 등 위도가 높은 지방에서 주로 서식하는 동물들이다. 또한 흰올빼미, 수리부엉이 등의 맹금류 역시 이 겨울을 '나의 계절이 왔노라'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반면, 에버랜드 주토피아에는 추위에 약한 동물도 많이 살고 있다. 열대기후 지역에서 서식하는 대부분의 로스트 밸리 식구들과 뱀, 나무늘보, 아르마딜로, 거북, 앵무새, 사막여우, 오랑우탄, 침팬지 등 주토피아의 많은 동물들이 여기에 해당돼 특별한 월동 조치가 필요하다.

먼저 시설적인 면에서 동물들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 방한 시설 보강을 위해 사파리월드에서는 방사장 도처에 열선 장치를 가동한다. 실내·외 온도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실내 온도를 창문의 개방 정도를 통해 단계적으로 천천히 끌어올려 동물들이 급격한 온도변화로 쇠약해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종류의 동물들이 사는 애니멀원더월드나 원숭이들의 서식처 몽키밸리는 대부분이 열대기후에 익숙한 동물들의 공간인 만큼, 시설 내 천장과 벽에 열등(보온등)을 달아 영상 23∼27도로 내부 온도를 조절하고 있다. 사파리 월드와 마찬가지로 바닥 열선과 함께 외부와 연결되는 틈새에 방풍작업도 꼼꼼히 챙겨야 할 작업 중 하나이다.

올 해 새롭게 오픈한 생태형 사파리 '로스트 밸리'는 최신 설비를 갖춘 사파리답게 시설 기획단계에서부터 동물들이 추위를 잘 느끼지 못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더운 지방에서만 살아 온 바바리양이나 치타, 코뿔소, 기린들이 잘 적응할 수 있는 이유도 활동하는 구역 바닥에 열선이 깔려 있고 동물사 내부의 난방까지 완비되어 있으니 가히 동물들의 낙원이라 할 수 있다.

방한 시설의 보강 외에도 보양식의 섭취 또한 겨울을 나는 동물들을 위한 중요한 배려 중 하나이다. 겨울철 사람들이 몸이 따뜻해지는 음식을 찾듯 동물들 또한 든든하게 영양분을 섭취해서 체내에 축적해 놓아야 떨어지는 기온으로 인한 에너지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육식동물들에게는 소고기 위주의 고단백 특식과 종합영양제를, 채식동물들과 조류 등에게는 배합사료와 단백질 성분을 주는데 추운 날씨에는 동물들의 음식 소화능력도 떨어지는 만큼, 바로 먹이를 주지 않고 체온을 충분히 회복한 후 주는 것도 동물들의 건강을 생각하는 사육사들에게서 비롯된 지혜이다.

겨울은 수의사들이 더욱 바빠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동물사의 온도와 습도 관리의 빈도를 더 높이고, 허약한 녀석들을 더 특별히 돌봐야 하는 시기인 것이다. 게다가 기온이 떨어지면 발생할 수 있는 구제역과 조류독감이라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소독과 백신 접종을 위해 동분서주해야 한다.

권수완 에버랜드 동물원장·전문위원

대학에서 수의학을 전공했고 1987년 에버랜드(당시 자연농원)에 입사해 지금까지 동물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처럼 세심한 곳까지 애지중지 돌봐야 하는 동물원 월동준비. 그러나 동물원 가족들 모두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 한겨울에도 냉수마찰을 즐기는 한국호랑이나 뜨거운 사바나 초원을 거닐던 치타나 할 것 없이 모두 건강하게 올 겨울을 나고 따뜻한 봄을 맞이하는 것, 이것 뿐일 것이다.

권수완 에버랜드 동물원장·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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