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투신에 자금 긴급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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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한국은행과 국책은행들이 SK글로벌의 분식회계 파장에 따른 금융시장 동요를 막기 위해 다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한국은행은 12일 채권형펀드 환매사태로 자금난에 몰린 투신사들을 돕기 위해 이들이 내다파는 국채를 직접 사들이기로 했다. 또 시중 자금경색에 대비해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하는 형태로 금융회사들에 2조원의 자금을 풀었다.

강형문 한은 부총재보는 "투신사의 국채를 얼마나 인수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충분한 규모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이 투신사에 자금을 지원키로 한 것은 1999년 10월 대우채권 환매사태 이후 처음이다.

산업은행은 거래 기업들의 자금사정에 따라 만기 1년 이내의 단기대출을 3~5년짜리의 장기대출로 바꿔주기로 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들을 돕기 위해 신용보증기금과 '할인 전용 어음보험'협약을 맺어 어음할인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금융회사와 연기금에 대해 투신사 채권형펀드의 환매를 자제해 주도록 요청했다. 금감위 관계자는 "최근 이틀간 투신사 펀드에 7조원 가량의 환매가 몰렸는데, 개인보다는 기관투자가들의 요구가 더 많았다"며 "각 기관들에 시장 안정에 협조해 줄 것을 강력히 주문했다"고 밝혔다.

금감위는 투신사 펀드의 환매 연기는 일단 SK글로벌 채권이 편입된 펀드에 한정하지만, 환매 사태가 수그러들지 않으면 다른 채권이 들어간 펀드의 환매 제한도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투신사 펀드 약관에는 채권시장의 거래 부진으로 환매자금 마련을 위한 채권 매도가 불가능할 경우 투신사들이 환매를 거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재정경제부와 금감위는 시장 불안이 계속될 경우에 대비해 '채권시장 안정기금'을 설립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또 증시 안정을 위해 ▶자사주 매입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증권거래세를 인하하는 방안 등을 연구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현재 금융시장의 불안정은 막연한 심리적인 동요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며 "정부는 투자자들이 펀드를 환매해 봐야 손해라는 것을 알고 다시 돌아오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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