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먹고 물러나라』를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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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카페·테아트르」가 주로 직업 극단의 「살룽·드라마」 공연장으로 그 성격을 굳혀 가는 것과 때를 같이하여 대학가의 활동 무대로, 「카페·테아트르」에 기회를 얻지 못한 극단의 공연장으로서 「카페·파리」가 신촌에 개장을 본지도 1년이 되어간다.
이와 같은 공연장의 증가는 그 시설의 불비에도 불구하고 여러 젊은 연극인들의 연극에의 열과 그것을 발산할 수 있는 기회를 보다 더 증가시켜 준다는 점에서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소극장 「레퍼터리」를 보면 대개 외국의 단막물들이고 공연 「스타일」에 있어서도 별 특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기본적으로 소극장이라는 독특한 극장이 갖는 특질인 노는 자와 보는 자의 거리의 밀착성을 효과적으로 응용하는 「배우=관객」의 새로운 관계의 모색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이점에서 『너도 먹고 물러나라』 (김영렬 연출)는 전통극의 유산에 새로운 조명을 가한다는 점과 아울러 관심을 끄는 공연이었다.
해방 전까지 해주권번에서 놀았던 한량굿 「장대장네굿」은 마당 (야외) 놀음을 주로 한 한국의 전통극으로서는 매우 특이한 「자리판 (옥내) 놀음이었다. 말하자면 한국판 「살롱·드라머」라 할 것이다. 그것은 곧 놀이 (대사와 연기)가 보다 정밀해지고 「델리키트」해진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면서도 객관적 현실과 극적 현실의 동화와 이화를 끊임없이 교차시키는 마당놀음의 특색을 잃지 않는다. 제의성과 오락성 (풍자를 이 속에 포함시키는 것은 한국 전통극의 탁견이다)이 교묘하게 배합된 놀음이다.
능란한 개인기와 즉흥성 연기를 바탕으로 하는 음흉한 판수 역의 오현경은 이 굿을 신명나게 끌고 간다. 그가 본시 지닌 한량 기질과 희극적 재능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결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오래갈 여운을 남기지 못하는 것이다.
그것은 극본 자체에도 책임이 있다. 최선묵 옹의 구술 (심우성·채록)을 이만 정도로 매만진 윤대성의 말놀음은 훌륭하지만 현실에 대한 풍자가 작가의 고의적인 의도를 빤하게 노출시킨 것은 이 굿의 흥을 건조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과일의 씨처럼 달콤한 살 속에 파묻히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병든 허가의 첩으로 돈을 탐내는 작부 출신 모조리네의 이정희는 그 천기의 역을 너무 현실화시킴으로써 역 아닌 본인 자신의 천기를 보이는 것은 불쾌한 일이다.
한상철 <연극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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