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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음식<7>고유의 미@을 알아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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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 나라는 물이 달고 좋아 예로부터 일상음료를 따로 필요로 한 것은 아니었다. 그 대신 기호품으로 풍류와 보건의 효과를 겸하는 향매성 음료가 크게 발달하여왔다. 따라서 서양 요리에서처럼 식사 코스의 하나로 특별음료가 따르는 것이 없이 그때그때 즐기기 위해 음료를 장만했다. 그러나 대개 잔치 상에서는 국수 주식일 때 후식으로, 그리고 떡 상에서는 동시에 음료를 드는 것으로 돼 있다. 우리의 전통적인 음료로 대표적인 것은 수정과·식혜, 그리고 화채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다와 몇몇 약이성음료를 제외하면 이들 음료는 대부분 청양매를 위주로 한 시원한 멋을 즐기기 위한 것이었다.
겨울일수록 따끈한 온돌방에서 차갑게 즐긴 사실로도 그 멋을 엿볼 수 있다.
우리 음료의 특징은 『단 것보다는 시원한 맛이며 자극성이 없고 부드러운 것』이라고 윤서석 박사(중앙대사대학장) 는 말한다. 온갖 계절에 따른 과일은 물론 꽃잎과 곡식수단까지 들어가는 만큼 음료의 종류가 다양하다. 뿐만 아니라 풍류를 곁들여 재료에 다라 붙여지는 이름도 상당하다.
대갓집에서는 1년 내내 이러한 음료를 항시 마련해 두었지만 일반 서민층에서도 절식으로 자주 만들어 쓰곤 했었다.
설에는 수정과와 식혜, 대보름엔 원소병, 3월 삼짇날엔 청면, 단오 날엔 앵두 화채·제호탕, 6월 유두일엔 보리수단, 칠석날엔 복숭아 화채, 복날엔 산딸기 화채·떡 수단, 한가위엔 배화채, 9월9일엔 유자화채, 10월 무오일엔 식혜 등이 대표적인 절식으로 꼽히고 있다.
음료를 만드는데 쓰여지는 향매료로는 꿀과 설탕·계피·생강이 가장 많이 쓰여진다. 특히 밤 꽃 꿀이 쌉쌀한 맛이 섞여 여름철용으로 유명하다.
설탕이 한국에 들어오기는 고려시대였으나 이조 때까지도 궁과 귀족들 사이에서 주로 사용했으며 여름철 음료에 넣는 얼음도 예전엔 귀족들에게만 나누어주는 귀한 것이었기 때문에 일반 서민들은 우물 속 찬물로 그 온도를 낮추어 즐겨왔다.
맨 꿀물도 가장 손쉽고 가까운 음료로 즐겨왔으며 미싯가루도 훌륭한 음료재료로 항상 준비해 두었었다.
화채 감으로 많이 쓰여지는 과일은 복숭아·배·산딸기·앵두·유자 등이다.
우리의 전통적인 청량음료 중 재료와 조리법이 특수한 몇 가지를 소개해 본다.
▲연잎 수정과=연잎의 새싹을 꿀물 위에 띄워 먹는 것. 차가운 꿀물에다 연지 (연지=붉은 색 염료)를 타서 색을 돋우고 그 위에 작은 연잎을 띄워 향내를 즐겼다.
▲두견화 화채=일명 화면이라고 하며 진달래 철을 알리는 음료. 진달래꽃의 꽃술을 빼 버리고 씻어 녹말을 살짝 묻힌 다음 끓는 물에 데쳐낸다.
찬물에 헹구어 물기를 뺀 다음 오미자 국에 꿀을 짙게 타고 실백과 이 꽃을 띄워낸다. 오미자의 분홍빛과 진달래꽃 빛이 어울려 봄의 풍류를 낸다.
▲청면=붉은 오미자 국에 가는 녹말국수를 만 것. 이른 몸에 산뜻하게 즐기는 화채 종류인데 녹말국수는 끓는 물에 놋 쟁반을 띄우고 녹말을 묽게 푼 것을 한 숟갈씩 그 위에 펴서 녹말이 종이처럼 얇게 익으면 이것을 그릇째 찬물에 담갔다 떼어 둘둘 말고 가늘게 썰어 만든다.
▲보리수단=햇보리를 삶아서 한 알 한 알씩 떼어 녹말을 묻혀 꿇는 물에 삶아 건진다. 이것을 다시 녹말에 묻혀 삼는데 이렇게 여러 번 반복하여 보리 알이 콩알만큼 되게 한다. 오미자 국에 이것을 잣과 함께 띄워낸다.
▲떡 수단=흰떡을 연필 굵기 정도로 가늘게 밀어 콩알만큼씩 썰어 녹말을 묻혀 삶아낸 다음 찬물에 건져낸다. 꿀물에 이것을 띄운다.
▲원소 병(원소병)= 고운 찹쌀가루를 흰색과 분홍·노란색으로 물들여 되게 익반죽하고 은행 알 만큼씩 떼어놓는다. 분홍색 물은 연지로 들이고 노란색은 치자 물로 들인다. 귤 병과 청매 (푸른 매화나무 열매)대추를 다져 꿀로 뭉쳐서 찹쌀반죽의 소를 넣고 경단처럼 빚어 삶아 꿀물에 넣는다.<윤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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