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비르질리」독창회 「드라머틱」겸비한 「벨·칸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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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성악을 수출한다고 자부하고 있는 「이탈리아」, 그 본고장에서 온「비르질리」양의 성악예술은 한마디로 비범한 명창에 속하는 것이다. 그녀의 영묘한 주술에라도 취한 듯 청중은 이지러진 심상을 펴고 반추해온 감흥의 물결에 은근히 흔들리는 정중동의 교감, 훌륭한 예술이란 내일에의 창조적인 삶을 타일러 주는 것일까. 역시 음악의 조종은 소리인가 보다.
소리도 좋거니와 백전노장의 무대놀이, 그녀의 자연스런 발림(과)은 가사의 「액튜앨리티」와 가락의 굴곡을 상쾌하게 노출시켰다.
「더블·베이스」급의 육중한 체구지만 깊은 산골짜기에서 흐르는 맑은 물처럼 아무리 높은 소리라도 거침이 없었다.
밝은「벨·칸토」의 발성이지만 색채(「나돌리」의 「타란텔라」춤)와 서점(어떤 갠 날)과 극성(나도 마력을 잘 알고)이 겸비된 목청은 「아리아」의 대곡을 10여 곡 불러도 오히려 쟁쟁하다. 정력도 좋거니와 발성이 좋기 때문이리라.
호흡이 길어 「프레징」 여유가 있었고 저음도 비교적 충실했다. 흠잡을 수 없는 훌륭한 「오페라·싱거」다. 욕심 같으면 내면적인 차분한 가곡도 듣고싶었으나 아무래도 그녀의 본령은「오페라」무대인 것 같다. 이날 밤 공연 중 『아이다』의「망향가」의 「센티멘로」와 「룻시니」의 『타란델라의 춤』의 색채 적인 정열이 인상 짙다.
「피아노」의 장혜원 씨는 감흥과 악상이 밀착된 조화 있는 연주를 보였는데 특히 「룻시니」의 빠르고 색채 적인 반 주부의 능숙한 솜씨에 일고문명창의 명연이 된 것으로 큰 박수를 보낸다. 유 신<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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