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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종합 수급계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식량개념을 확대하여 새로운 식품수급계획방식을 채택, 오는 11월부터 시작되는 74양곡 년도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식량개념을 바꾸는 이유는 농업생산구조의 변화와 생계비 중 곡류지출비중이 줄어든 데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수급 양면에서 육류·어개류·과실 및 채소류의 비중이 급속히 상승해서 이를 반영코자 양곡수급계획을 식품수급계획으로 바꾸려는 것이다.
생계비 중 곡물비중이 줄고 육류·과채류가 증가하는 것은 대제로 소득수준의 향상과 더불어 일어나는 추세라 하겠으며, 그러한 수요에 따라서 공급구조가 변동하는 것도 필연적인 추세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양각수급계획을 식품수급계획으로 바꾸려는 생각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보다 넓은 개념으로 통합하여 계획을 짜는 것이 정책 효율 면에서 반드시 득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신중히 생각해야할 것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계획범위를 넓히면 종합성은 높아지나 그 대신 구체적인 문제점을 분명히 노출시키지 못한다는 결점이 생기는 것이며 때문에 양곡수급계획을 식품 수급계획으로 확대하는 것이 꼭 필요한 것이며, 또 보다 효율적일 것인지 일단 엄밀히 평가하고 넘어가야 한다.
우선 곡류생산과 기타 식품생산간의 관계는 보완관계보다 대체관계가 더 큰 것이므로, 종합식품계획으로 처리할 때 총 수급은 맞아 떨어져도, 부문적인 수급은 맞아떨어지지 않을 수가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여 양각수급은 불균형이더라도 종합식품수급은 균형이 이루어질 수 있는 상태를 예상할 수 있다.
이 경우 종합식품수급이 맞아떨어지니까 양곡수급의 불균형이 있어도 별문제가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게되는데 양곡수급의 불균형이 가지는 의미와 종합식품수급의 균형이 가지는 의미는 실생활 면에서 전혀 다른 것이다. 그러므로 종래의 양곡수급개념을 퇴색시키는 것이 정책수립 면에서 꼭 바람직한 것인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솔직히 말하여 양곡수급관계가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육류·과실·소채수급관계가 미치는 영향과는 그 긴요도에 있어 전혀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양곡이 모자라면 고기를 먹어라 하는 유의 생각이 종합식품계획에서는 가능하나 우리의 식생활에서 그것이 납득되기는 아직 빠르다.
다음으로 양곡수급계획을 식품수급계획으로 확대 종합하는 경우 농업정책은 장기 식품수급계획에 의하여 결정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농업정책의 종합 성이라는 면에서 식품수급계부방식은 편리한 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득수준의 향상에 따라서 육류·낙농제품·과실 등의 소비가 늘어나는 것이 기본추세이니까 곡류가격은 상대적으로 억제하고, 기타 식품가격을 상대적으로 높이는 것이 장기추세에 맞는 농업정책이라는 해석이 종합식품수급 계획에서는 가능하다. 이러한 해당이 우리의 현실에 부합되기는 어려운 것임도 숨길 수 없다.
따라서 양곡수급계획을 일거에 종합식품계획으로 바꾸는 것보다는 당분간 양곡수급계획방식을 이용하되 종합식품계획방식을 수년간 시험해 보는 방식을 채택해서 경험적으로 문제점이 생기는 것인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한 연후에 이를 전환시켜도 하등 불편할 것이 없을 것이므로 실험기간을 두고서 계획을 전환시키는 건실한 방법을 택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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