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구조의 노령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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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국인구 및 주택조사의 내용은 특별히 「기습적」인 내용을 갖지 않은, 대체로 전문가들이 미리 예측하고 있던 변이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저출생·저사망」에 의한 인구증가율의 둔화, 평균수명의 연장, 도시인구의 급증, 식자율과 교육수준의 제고 등이 그것이다.
인구「센서스」의 결과가 이처럼 「예측하였던 것」이라고 해서 그것이 곧 그대로 「바람직스러운 것」과 직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특히 인구「센서스」의 통계적·양적인 측면보다도 그의 구조적·질적 내용을 살펴 볼 때 더욱 그렇다.
인구증가율이 50년대의 2·9%에서 1·9%로 대폭 둔화되었다는 것은 대견스러운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주거 불가능한 산악지대가 많은 비좁은 국토 위에서 이미 세계 제3위에 치솟아 오른 인구밀도를 생각한다면 인구증가율을 1·0수준으로 안정화시키는 작업은 더욱 그를 앞당기기 위해 거국적인 노력을 다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아직도 아들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부모들의 전통적 가치관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둘 낳기 운동」과 함께 여성들의 사회적·법적 지위향상을 위한 작업이 설득력 있게 전개돼야 할 것이다.
도시화의 진행이란 근대화·공업화에 병행하는 사회변동의 지수이다. 총인구에 대한 농촌인구의 비율이 5분의4 내지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전통적인 농업사회라 한다면 공업화의 진행으로 해서 농촌대도시의 인구비는 물구나무서게 된다. 농촌인구는 5분의 1내지 4분의 1로 줄고 반대로 도시인구가 총인구의 4분의3 내지는 5분의 4가 된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 인구의 41%가 지금 도시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은 바야흐로 우리가 이 같은 인구이동의 소용돌이를 경험하고 있음을 밝혀주고 있다.
선진제국이 수세기 혹은 적어도 수 세대에 걸쳐 이룩한 도시화를 우리는 지금 단일세대안에서 진행시키고 있다. 도시화란 궁극적으론 도시의 근대적·합리적인 생활기준이 도·농을 가릴 것 없이 일반화한다는 뜻이요, 그런 의미에 있어서 그것은 단순히 도시취합인구만의 증가 아닌 의식의 도시화를 뜻한다. 그렇게 본다면 단순히 농촌에서 삶의 발판을 찾지 못해 무작정 상경민으로 의해서 이룩되는 도시화는 참된 도시화와는 아직 거리가 멀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수도에의 인구집중율이 18%로 세계 수위로 치솟았다하는 것은 아무래도 자랑스럽다기보단 불건전한 현상이라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55년의 50세에서 70년엔 65세로 늘어났다 하는 사실에도 커다란 문제를 미래에 잉태하고 있음을 함부로 보아 넘길 수 없다. 평균수명의 연장은 필연적으로 인구구조의 노령화 현상을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환경위생과 의학의 발달보급의 결과는 「노령화」가 곧 「노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건장한 노인들의 수가 늘어가고 있는데 반해서 우리 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정년퇴직연령을 더욱 내리려하는 움직임조차 있다. 그것은 기운 좋은 노인에게 사회참여의 기회를 빼앗아 버림으로 해서 그들의 노화를 재촉한다는 것이 된다. 결국 어떻게 해서 어린이를 덜 낳게 하고 노인을 잘 대접할 수 있느냐하는 문제가 성년한국의 앞으로의 과제가 된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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