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치중한 순방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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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종필 국무총리는 지난 5월21일부터 6월9일까지 20일간 「벨기에」·「이탈리아」·「스페인」·서독·「프랑스」·「모나코」 등 「유럽」 6개국을 순방, 각국 원수를 포함한 20여명의 지도자들을 만나 회담했다.
김 총리는 정부수립 후 「유럽」각국을 순방하면서 실리외교를 전개한 최초의 한국수상이다.
김 총리는 표를 계산하는 국제외교시대나 형식에 구애받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는 점을 여행 중에 강조한 일이 있다.
그는 「유럽」 여러 나라의 수상이나 외상들이 자기자리에 붙어 설 틈이 없이 외교활동을 맹렬히 펴고 있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시대감각을 지닌 외교의 필요성을 말하기도 했다.
정치적인 측면에서 국제해빙에 앞장서고 있는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이 우리의 남북회담을 통한 자주적 통일노력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유엔」 등 국제외교에서 한국의 입장을 지지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점은 이번 「총리외교」의 큰 성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그동안 관념적으로 서구제국이 공산주의에 관대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해왔다. 그러나 김 총리는 이번 방문을 통해 이들 국가들이 예외 없이 국제무대에서 우리편에 서겠다는 다짐을 확인함으로써 실리외교에 대한 자신을 얻은 것 같다.
또 국제정치와 경제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김 총리의 「유럽」주요국가순방은 큰 의의를 지니고있다고 보겠다.
특히 총리가 지금까지 방문한 6개국 중 「스페인」과 「모나코」를 제외한 나머지 4개국은 구주공동체(EC)의 핵심국들이다.
EC권에 대한 우리의 수출목표는 73년도에 2억2천5백만「달러」로서 EC권 전체수입량의 0·125%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광대한 시장을 우리는 그동안 방치한거나 다름없다.
김 총리는 이번 순방을 통해 이러한 시장을 점검하고 우리외교의 실질적인 문제점을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 김 총리는 7, 8일 이틀동안 「프랑스」의 산업시설을 시찰하고 9일(한국시간 밤 9시) 동경으로 떠난다. <파리=조남조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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