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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크」인니 외상의 내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아담·말리크」인니 외상이 5일 내한했다. 그는 4박5일 체류하는 동안 박대통령을 비롯, 김 외무장관 등 정부지도자들과 회담하기로 되었다. 인니는 비동맹중립노선을 취하고 있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북한과는 대사관을 교환하고 있고, 한국과는 영사관을 교환하고 있는 나라이다. 따라서 인니의 외상이 최초로 한국을 공식 방문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벌써 그것만으로도 주목을 요하는 것이다.
한·인니간의 연간 무역액수는 이미 8천5백만불에 달하고 있는데다가 앞으로 양국간의 수출입은 계속 확대될 전망이 크다. 그뿐더러 양국간의 임수산개발협력도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집행에 옮길 단계에 들어갔다. 이처럼 경제·개발기술면에 있어서 대규모 교류가 예상되는 인니의 외상이 한국을 방문한다는 것은 두 나라가 제각기의 입장에서 경제적인 실리를 추구하는데 좋은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외교면의 기대도 크다.
지난날 국제정치무대에서 한국은 「아스팍」을 창설, 운영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인니는 「아세안」을 형성하는데 앞장섰던 나라이다.
미·중공관계의 근본적인 개선, 그리고 국제권력정치기구의 다원화 경향 등 최근 l∼2년 내 일어나고 있는 국제정세의 현저한 변화는 「아스팍」의 성격전환이나 「아세안」제국의 평화중립선언을 가지고는 공히 제각기 맡은바 지역협력기구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없게 만들었다. 여기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새로운 지역협력기구를 발족시키지 않으면 안될 근본이유가 있다.
새로 창설될 「아시아」-태평양 지역협력기구의 성격이나 임무 그리고 참가범위 등에 대해서는 나라마다 의견이 다르다. 이 까닭으로 지난 4월 동경에서 「에카페」총회가 열렸을 때 각국대표간에 새지역협력기구 설치문제를 둘러싸고 활발하게 막후접촉이 벌어졌지만 새기구의 방향조차 끝내 설정할 수 없었다.
「말리크」외상의 내한을 계기로 「아스팍」을 주도했던 한국과 「아세안」을 주도했던 인니가 솔직이 의견교환을 하여 새 지역협력기구가 어떤 것이어야 하느냐에 관해 원칙상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이는 현재 태동중인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전반적인 새로운 지역협력기구의 틀을 잡아나가는데 하나의 주춧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4강의 세력균형 밑에서 평화와 안정을 바라볼 수 있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지역협력기구는 평화협상의 시대적 조류를 반영하여 「이데올로기」에 구애받지 아니하고 가입을 원하는 이 지역 내 모든 국가에 대해서 문호를 개방해주어야 하고, 또 사회체제의 차이나 대립을 넘어 경제나 과학기술, 그리고 문화면에서 긴밀한 협조와 광범위한 교류를 다짐하는 지역협력기구가 되어야 한다. 이 점을 솔직히 시인한다고 하면 장차 출현할 새 협력기구의 윤곽을 잡는데 있어서 양국간의 견해차를 조정한다는 것은 과히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말리크」외상은 주소대사, 26차 「유엔」총회의 의장 등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는 직업외교관이요, 그의 국제정세 감각은 참신하고 외교상 「테크닉」도 능숙하다고 전한다.
이런 전문적인 외교관이 동「아시아」정세가 유동상태에 있는 복잡·미묘한 시기에 방한을 하게 되었음은 양국의 국교를 정상화하는데, 새 지역협력기구의 틀을 잡는데, 그리고 한국의 대「유엔」외교에 활력을 부여하는데 기여하는 바 크리라고 우리는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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