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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의 실학 고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발표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는 30일 제2회 실학연구발표회를 가졌다.
이날 이을호 교수(전남대)는 『개신유학의 경학사상사적 본질』을, 최동희 교수(고려대)는 『안정복의 실학사상』을, 윤사순 교수(고려대)는 『이규경 실학에 있어서의 전통사상』을 발표했다.
이을호 교수는 전통적인 유학의 측면에 뿌리를 둔 실학파의 줄기를 설명하면서 조선후기실학의 다른 이름으로서의 개신유학은 『수사학적 순수유학개념인 수기치인의 학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한·당·송·명을 비판하는 새로운 경학사적 요인이 있다』고 했다.
따라서 개신유학의 반정주학적 입장은 실학으로서의 본질을 설명하는 것이 된다는 것. 반계나 성호는 주자편이지만 그 경세론은 주례적 수사학과 직결되기 때문에 실학적이나 백호 윤전는 반주자적이긴 하나 경학적 본질이 실학과는 다르다. 서계 박세당이나 다산 정약용은 존숭 주자외하며 변박정주하기도 하나 주자의 세계를 탈피하려던 때문에 개신유교의 선구로 볼 수 있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이 인맥은 운암 한석지와 동무 이제마에게 연결되는 것이며 반계·성호·연암 등은 다 방계라고 주장한 것이다.
한편 최동희 교수는 안정복과 「마테오·리치」의 사상을 비교했다.
1601년 북경에 교회당을 세우고 「가톨릭」을 전도하기 시작한 「마테오·리치」 당시 중국에서 천주교는 천학으로도 불렸으며 한국에선 서학으로 불렸다.
안정복은 이 서학을 천학으로 부르면서 『천주를 믿고 받드는 것이 곧 천학』이라고 하면서 『우리 유학도 다만 천을 섬길 뿐』이라고 설명했다.
「천」을 곧 천주교의 「천주」와 같이 썼다. 유학과 천학은 천을 섬긴다는 점에서는 같으나 그 섬기는 태도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①유학에선 천으로부터 유래한 인간본래의 마음과 성을 잘 보존하는 것으로 천을 섬기는데 비해 천학에선 무당처럼 기도해서 죄의 용서를 빌고 지옥을 면해주길 바란다.
②유학은 현세에 마땅히 해야할 일을 다함으로써 천을 섬기려하나 천학에선 이 현세를 괴로움의 세상, 금수의 세상으로 본다고 안정복은 설명했다는 것.
또 「마테오·리치」가 상제의 천지만물창조를 주장하면서 주렴계가 이를 만물의 근원이라 한 것을 비판한데 대해 순암은 상제가 천지만물을 주재하며 만물의 총주이지만 태극 또는 리가 다르다고 보진 않았다. 상제는 리에 따라서 만물을 만들고 주재한다는 주장이라고 최 교수는 설명했다.
또 윤사순 교수는 조선후기 정통적 전통사상인 성리학과 아울러 비정통적 전통사장인 도가·불가의 사상에 대한 실학의 성격을 살피면서 오주 이규경을 설명했다.
이규경은 표면상 주자학을 표방하지만 내용상 주자설에 구애 없이 양명의 이론조차도 취해 전개한 점에 특이성이 있다는 것.
또 도가·불가를 유가사상에 융합 해석함으로써 삼교를 일원화하기도 한다. 도교나 불교를 이단시하기보다 삼교를 대등시하는 것이다.
이 같은 오주의 삼교일체관은 서구문물에 의한 자극으로 해석한 윤 교수는 성리학자들이 이단시한 양명학·도가·불교 등을 포용한 태도는 삼봉 정도전과 퇴계 이황 남당 한원진을 잇는 정통 성리학에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이변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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