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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조선기술 그 현황과 과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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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수출시장의 급격한 팽창은 해상운송「패턴」의 변화와 해운업의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 요구에 불응하기 위해서 가장 긴요한 것은 조선기술의 혁신. 최근 우리나라도 조선업에 눈을 돌려 치열한 국제경쟁권에 뛰어들기 위해 발돋움하나 낙후성을 면치 못하는 조선기술 때문에 진통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조선기술의 현황과 그 문젯점을 살펴본다.
현재 조선기술에서 가장 핵심을 이루는 것은 설계(Naval Architecture)와 조립(Shipbuilding) 두 분야이다.
이밖에 부속장비·추진동력장치·통신·전기·항해계기 등을 다루는 기술이 요구된다. 그러나 이 기술들은 연관산업에 속하는 것들이다.
그래서 김훈철 박사(한국과학기술연구소 조선해양기술연구실장)는 조선업을 『설계와 조립기술이외에 제철·제강·기계·전자·화학공업 등 70여종의 연관산업을 필요로 하는 종합조립산업의 대표적인 것』이라 꼽고 『방대한 설비와 고도의 기술, 그리고 막대한 운영자금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국민경제에 대한 저후방 효과가 높기는 하지만 조선업을 수출시장의 기수로서 적극 권장해야 할 산업』이라고 강조한다.
최근 정부가 조선업에 시설을 돌려 국가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방침을 굳히자 그동안 빛을 못 보던 조선업계가 제법 활기를 띠고 있다.
우선 최고건조능력 70만t의 조선소를 울산에 건설중인 현대조선소는 74년도에 인도를 목표로 「그리스」의 「리바노스」선박의사로부터 25만9천t급 「탱크」2척을 주문 받은데다 일본의 「가와사끼」조선회사와 22만7천t 2척, 「리베리아」와 22만7천t 2척을 계약, 건조작업에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또 대한조선공사는 재작년 미국「걸프」회사와 3만t급 2척을 비롯해서 2만t급 4척 등 모두 14만t의 중형 유조선 수출계약을 체결, 74년6월까지 전량인도를 목표로 시설확장과 수출선박건조작업을 서두르고 있으며 우남거제에 최고건조능력 1백만t 규모의 조선소 설립을 위해 미수출입 은행으로부터 약7천2백만 「달러」의 차관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도 1백만t 규모의 대단위 조선소 5개소를 신설하려는 정부 계획이 발표되었고 국내 몇몇 재벌들이 조선업에 참여할 기세이다.
지금까지 지극히 빈약했던 조선업이 이처럼 각광을 받게 된 원인에 대해 김훈철 박사는 『세계 제1위의 조선국인 일본이 76년분까지 건조계약을 받아 더 이상 수주할 여력이 없는데다가 높은 노임 등으로 선진국에서는 조선업이 사양화하고 있는 요즈음 우리나라 건조비가 t당 1백10∼1백20「달러」(외국은 1백50「달러」이상)로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같은 조선「붐」을 뒷받침해야 할 조선기술의 혁신과 전문기술자의 수급 면에서 취약점을 드러내 놓고 있는 실정이다.
김훈철 박사는 『조선기술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설계와 조립의 기술수준이 일본 같은 조선국에 비해 15년쯤 낙후된 실정』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낙후를 면치 못하는 기술수준으로는 수출시장의 치열한 경쟁에 뛰어들 수 조차도 없을 것이라는 김 박사의 말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수주액이 겨우 2, 3억「달러」에 지나지 않아 별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정부의 계획대로 80년대의 목표인 10∼20억「달러」에 이르게 되면 세계의 쟁쟁한 조선국들이 경쟁상대로 생각, 기술을 차단하는 경우 모처럼인 조선「붐」이 난관에 봉착할 것도 너무나 뻔하다.
따라서 외국의 기술수준과 경쟁해서 이기려면 무엇보다도 전문적인 기술자 양성이 시급한데 김극천 박사(서울공대조선공학과장)는 『대학원 교육의 확충이야말로 치열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처방』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교수의 절대수부족, 실험시설의 전무, 수준이하의 연구부 등 우리나라 대학의 실정은 조선기술의 혁신이라는 명제를 만족시키기에는 너무나 빈약한 형편이다. 더우기 『고급기술을 지니고 있는 기술자에 대한 대우가 수준이하여서 많은 두뇌들이 해외로 유출되거나 선진기술을 이미 습득한 외국유학생들의 입국을 가로막고 있다』고 김극천 박사는 아쉬워한다. <이운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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