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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랩」작업의 용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인류복지를 위한 외기권의 실용화라는 숙제를 안고 지난 15일 미국 최초의 우주정거장 「스카이·랩」발사직후 예기치 않았던 고장을 일으켜 장장 8개월의 야심에 찬 우주탐사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는 듯 했다. 그러나 26일 밤 「찰즈·콘래드」를 비롯한 3명의 우주인이 부분적인 수리에 극적으로 성공함으로써 애당초의 「스카이·랩」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스카이·랩」의 고장은 지상관제소의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예측한 그대로 「스카이·랩」통 옆에 날개 같이 달려 있어야 할 2개의 대형 태양전지판 중 그 하나가 완전히 파손되어 떨어져 나갔고 또 「스카이·랩」을 둘러싸고 있는 철운석 보호 벽의 한 쪽 겉부분이 찢겨져 나갈 때 태양 전지판의 돌출을 방해해 결국 절반 밖에 나오지 못한 것이 우주 수리반에 의해 판명되었다고 한다.
한때 지상관제소에서는 「스카이·랩」의 주동력원인 2개의 태양전지판의 손괴로 전력을 비롯한 동력의 공급이 50%나 감소 된데다가 설상가상으로 뜨거운 태양열로부터 「스카이·랩」을 보호하는 방열 기능의 마비로 선실 내부온도가 섭씨 50도까지 치솟자 「스카이·랩」계획 자체를 포기하자는 비관론이 지배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오랜 격론 끝에 우주인으로 하여금 수리작업을 시켜서 불구의 「스카이·랩」을 구제하자는 수리론이 이겨 드디어 우주에서의 첫 수리작업에 성공함으로써 역사적 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미항공우주국(NASA)이 그토록 최악의 여건하에서 위험을 열지하면서도 「스카이·랩」계획을 예정대로 밀고 나가기 위해 사력을 기울인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국내적으로는 「우주의 호화주택」이라고 불릴 정도로 최신기기와 시설이 갖추어진 「스카이·랩」에만도 26억불이 투입되어 만약 실패하는 경우 국민들의 비판이 무서울 만큼 가혹한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둘째 이유는 NASA자체의 고민이다. 즉 재차 발사할 예비「스카이·랩」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데다가 이것을 발사할 「새턴」5호 「로키트」의 보유량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째, 대외적으로는 월남전이나 「워터게이트」사건으로 실추되고 있는 미국의 위신과 명예를 이번 「스카이·랩」계획으로 만회해 보자는 속셈이었고 또한 1975년7월15일에 사상 처음으로 있을 미·소 합동 우주비행 계획에 차질이 생겨서는 안되겠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스카이·랩」의 고장과 수리과정에서 보여준 NASA의 끈질긴 집념은 종래 「아폴로」계획이 인류의 복지를 외면한 사치스러운 것이었다는 세계의 비난과 함께 사양기에 접어들자 「스카이·랩」계획으로 인류복지를 위해 대자연을 보다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문제라든지 외기권의 활용여부를 검토함으로써 미 우주계획에 활기를 불어넣자는 속셈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없지 않다.
아직도 몇 가지 장애가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우주비행 계획을 수행한 미국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애당초의 「스카이·랩」계획이 기필코 성공리에 완수될 것으로 보여진다. 이번의 사상 첫 우주 수리 작업에서 희망과 용기를 보여준 우주인들의 일대장거와 미국의 과학기술이 거둔 개가에 깊은 경의와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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