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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아시아」지역 TV협조회의에 참석하고|동남아 TV방송의 현황|강진구<동양방송이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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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4면

한국·중국·태국·「필리핀」 등 「아시아」지역의 여러 나라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있어 그 풍습이나 생활양식이 비슷한데가 많고 따라서 「텔리비젼」방송에 있어서도 방송국간에 보도제휴를 하거나, 「쇼」혹은 「다큐멘터리」「프로」를 포함하는 등 서로 협조함으로써 많은 상호이득을 얻을 수 있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취지아래 14일부터 17일까지 자유중국 대북시에서 제2회 「아시아」지역 「텔리비젼」협조회의가 열렸는데 6개국의 6개 TV방송국 대표들은 이 자리에서 보도 및 「프로」 교환, 가수·「탤런트」교류 및 기술정보 상호 제공에 관한 협조를 다짐하고 그 구체적 방법을 논의한바 많은 분야에서 합의점에 도달했다.
따라서 그 성과는 각국의 TV방송을 통해 곧 나타나리라고 생각한다.
이 회의에 참가한 방송국은 대만의 중국TV, 태국의 BB-TV, 「필리핀」의 RBS-TV, 「싱가포르」의 「라디오」·TV「싱가포르」, 「홍콩」의 「레드휴존-TV」와 한국의 동양방송이었고 앞으로도 더 많은 나라가 이 회의에 가입하리라고 기대된다.
이 회의에 참석하여 같은 TV방송에 종사하는 각국 대표들과 며칠간 지내면서 보고 느낀 흥미있는 일 몇 가지를 적어본다.
첫째, 인상 깊었던 일은 우리나라의 TV방송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말이 한 가지어서 퍽 용이하다는 것이다. 「필리핀」·태국·「홍콩」은 모두 같은 내용의 두 가지 말을 방송하고 있다. 즉 영어 이외에 각국 주민이 사용하는 말을 방송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구 2백만의 작은 나라 「싱가포르」는 영어·중국어 이외에 「말레이」어와 「다미루」어의 4개국어로 방송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점은 대만방송의 경우도 비슷하다.
대북에 3개의 TV방송국이 있는데 「드라머」나 노래를 방영할 때 「탤런트」의 대사와 가수들의 가사를 일일이 글로 써서 그림 위에 표시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글자는 같아서 어느 중국인이나 이해하지만 발언은 지방에 따라 달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회의에 참석한 6개국중 이 언어의 문제가 없는 나라는 오직 한국뿐이었다.
둘째, 「칼라TV」방송에 관한 것이다. 6개국중 「칼라」TV방송을 하지 않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싱가포르」뿐이고 정도의 차는 있으나 모두 「칼라」방송을 하고 있었다. 그중 「싱가포르」는 TV 수상기 대수도 20만대에 불과하니 「칼라」방송을 생각할 겨를이 없을 것이고, 그래도 「칼라」방송을 할 만한 능력이 있으면서도 안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어서 다른 나라 대표들이 한국은 언제 「칼라」방송을 하느냐고 물어 오기도 했다.
그러나 「칼라」방송을 할 수 있는 나라가 「칼라」방송의 의미와 각 분야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그 결과를 검토하면서 그 시행보류 내지 지연시키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많은 나라들은 남이 하니 나도 한다는 식으로 「칼라」방송을 도입하여 많은 문젯점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대만의 경우는 「칼라」방송을 잘 이용한 나라라 생각한다. 대북의 3개 TV방송국은 모두 「칼라」방송을 하고 있다. 90%의 「칼라」화 방송이라고는 하지만 낮과 심야의 교육 방송이 거의 흑백방송이므로 시청율이 높은 대부분의 「프로」는 1백%「칼라」화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TV방송국의 「칼라」화를 위해서는 방송국의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시설에 2∼3백만「달러」가 소요되고 일단 시설만 완성되면 「칼라」TV방송운영에 있어서는 흑백과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칼라」TV방송은 방송국의 측면에서 보다 관련산업의 측면에서, 즉 전자산업 육성의 관점에서 그 시점이 결정되고 또 추진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대만의 경우는 많은 「칼라」TV수상기가 대만에서 생산 공급되고 있어서 「칼라」TV방송은 전자공업에 활력소적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중요 부분품의 국산화 속도가 부진해서 안타깝다고들 했다.
대만에 비해 다른 나라들은 「칼라」TV방송과 관련 산업과의 관계를 별로 계산하지 못한 채 「칼라」TV방송을 시작한 것 같았다. 이런 점은 일본이 가장 적정타를 쳤으며 「칼라」TV의 주기방송이 없었던들 일본의 오늘날과 같은 전자공업의 융성은 없었을 것이다.
세째, 한나라의 국력과 TV방송국, 또는 방송망의 적정 수에 대한 것이다. 대만의 인구는 1천5백만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반이지만 작년도 수출액은 60억「달러」며, TV수상기 댓수도 2백만대로 우리나라의 2배이고, 90%의 「칼라」TV방송에 20만대의 「칼라」TV수상기가 보급되어 있기 때문에 광고수입에 의존하는 상업민간TV방송국이 3개가 있으나 모두 흑자경영으로 그 나름대로 각기 발전하고 있었다.
엄가부 부총통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도 이 문제에 대하여 장시간 자세한 이야기를 했다. 그의 말을 요약하면 『오늘날 국민의 사고방식은 외부영향력에 의해 많이 좌우되는데 그중에는 신문·「라디오」·TV를 주축으로 하는 「매스컴」이 가장 강력하고 그중에서도 TV는 신문과 「라디오」를 능가하는 영향력을 지녔기 때문에 TV방송국은 이 막강한 영향력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유익하게 사용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TV방송국은 광고주로부터 받는 광고료에 의해 경영되며 광고료는 시청율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시청하는 TV방송국이 되도록 노력해야 그 경영이 건실해질 것이며 경영이 건실해야 「프로」도 건전해질 수 있을 것이다.
대만의 TV방송국은 공익과 시청율이라는 일면 상극된 분야를 잘 조화해 가기 때문에 경영도 건실하고 국가이익에도 잘 부합되어 만족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대만TV방송국도 초기에는 고생이 많았으나 「필리핀」과 같은 불행이 없어서 다행한 일이다.
이런 불행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대만정부는 이 이상 TV방송국을 허가하지 않을 것이나 이점은 어느 나라나 건전한 TV방송을 위해 매우 중요한 점일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필리핀」대표로부터 들은 이야기지만 「필리핀」은 TV수상기가 전국에 50만대인데 「마닐라」에만 상업민간TV국이 7개나 있어 적자에 허덕이다 못해 「프로」는 날로 저질화 되고 경영은 부실화되어 급기야 지난해 4개의 TV방송국을 폐쇄, 많은 사람이 실직하게 되고 귀중한 시설이 유휴화되는 비극을 낳게 했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는 NHK의 2개 「채늘」외에도 5개의 민방이 동경에 있으나 모두 착실히 발전하고 있는 것을 보면 국력과 TV방송국의 수와는 밀접한 관계가 있고 이 균형의 유지는 엄부 총통이 말한 바와 같이 TV방송국의 두 가지 기능을 발휘하는데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되는 것임을 새삼 느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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