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나눠 경쟁체제 도입 … 항공사 2곳 다 알짜 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1999년 한국공항공사 노조는 인천공항공사 출범에 크게 반발했다. 노조는 “알짜 국제선 사업을 모두 인천에 뺏겨 수익 감소와 대량 해고가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정부는 국제선은 인천공항에 주고, 나머지 공항(제주공항과 청주공항, 김해공항 제외)은 국내선만 운항하는 식으로 정리했다. 노조가 수익성 악화에 따른 고용불안을 걱정한 이유다. 하지만 지금 두 회사는 알짜 공기업이 됐다. 한국공항공사 노사가 일본·중국과 같은 가까운 거리의 국제선을 유치하고, 대구공항 등 지방의 다른 공항에도 동남아를 비롯한 아시아권 항공편을 유치한 덕분이다. KTX 개통으로 지방 공항들이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1000억원이 넘는 흑자를 내고 있다.

 주민들도 혜택을 봤다. 외국여행을 하려면 서울로 올라와야 했지만 이젠 자기 고장의 공항에서 탈 수 있어서다. 지역의 소규모 관광회사들도 덩달아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

 공기업 간의 경쟁체제만 유지해도 경영 효율화, 주민 편익 증진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업 경영정보 공시를 분석한 결과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는 지난해 각각 5256억원과 1464억원의 흑자를 냈다. 최근 3년간 사상 최대치다. 과거 3000억원이 넘는 적자에 시달리던 한국공항공사는 9년 연속 흑자를 이었다.

 항만 분야도 마찬가지다. 2003년 공기업 간 경쟁이 시작됐다. 항만공사법이 만들어져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항만공사가 출범했다. 부산항만공사는 2010~2012년 평균 618억원의 흑자를 냈다. 인천항만공사는 지난 3년 평균 100억원의 흑자를 냈고, 올해도 상반기까지 92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지하철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서울지하철은 94년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생기면서 서울메트로와 경쟁관계를 구축했다. 서울메트로가 1~4호선을 운영하고, 도시철도공사가 5~8호선을 운영한다. 이들 회사의 ㎞당 영업비용은 서울메트로가 86억원이지만 서울도시철도공사는 52억원 수준이다. ㎞당 직원수는 서울메트로가 74.6명인 반면 서울도시철도공사는 45명에 불과하다. 두 회사 모두 요금이 낮아 적자를 내고 있지만, 최근 3년간 그 폭은 줄고 있다.

  시민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2001년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고객만족도는 각각 51.6점과 59.3점에 그쳤다. 그러나 2011년엔 89.7점과 90.2점이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새누리당 강은희 원내대변인은 “철도에도 경쟁체제가 마련되면 약 10% 수준의 요금인하가 가능해져 509억원의 경제적 편익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요금인하가 6~10%의 철도 신규 수요를 창출해 선로사용료 수입이 870억원 증가하고, 노선별 인건비 절감(1480억원)에 따라 3729억원의 경제적 편익이 발생한다는 수치도 제시했다.

 반론도 있다. 공공운수정책연구원 이영수 연구위원은 “일부 인건비 축소 효과는 있다”면서도 “같은 성격의 공기업이 생기면 지하철에서 보듯 시설·장비 중복 구입, 환승역 공동관리 등 비효율성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하철의 경우 회사를 통합하면 연간 615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김정하·최선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