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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들의 새로운 「비전」|「히드」영국수상=「뉴스위크」지와 단독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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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래학자 「허먼·칸」은 지난 5월초 영국의 앞날에 대해 폭언에 가까운 예언을 했었다. 『85년이 되면 l인당 소득이 「스페인」만도 못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한 것이다. 2차대전 후 대영제국의 영광이 사그라져 가던 속도로 따진다면 이것은 충분히 있을법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결코 이와 같은 견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여느 섬나라 백성들과는 달리 끈질기게 승부에 집념하는 국민성을 내세우기도 하고 최근 호전되기 시작한 경기상황을 강조하기도 하면서 「대영제국의 영광」은 반드시 되살아난다고 장담하는 것이다. 「뉴스위크」지의 「피터·웨브」는 「히드」영국수상과의 단독 회견을 통해 영국인들의 새로운 「비전」이 무엇인가를 폭넓게 탐색하고 있다.
문=최근 미국이 제안한 신대서양헌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새대서양헌장은 중요>
답=양자 사이에는 이미 깊은 유대관계가 있는 터이다. 「신헌장」이라면 「새로운 유대관계」를 만들자는 뜻인데 이건 매우 중요한 발언이다.
「키신저」가 이 말을 꺼낸 것은 친밀한 유대관계를 계속 지켜나가기 위해 서로 견해가 다른 점들을 잘 조정해 보자는 의도였으리라고 짐작된다.
문=EEC(구주공동시장)와 미국이 관계를 개선하는데 있어서 제일 큰 장애는 무엇인가?
답=특별히 그런 것은 없다. 단지 쌍방이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터놓고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할 따름이다. 예컨대 무역·국제통화개편, 방위문제등이 이러한 대상에 들것이다.
무역문제만 하더라도 미국이건 EEC건 사이가 뒤틀린게 몽땅 네 탓이다 라고 말할 처지는 못되지 않는가. 그러니 모든 문젯점들을 냉철하게 보면서 어떻게 해야 대서양 양안의 국가들이 서로 잘 지낼 수 있는가를 모색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미·유럽 멀어지지 않아>
문=그렇다면 미국과 「유럽」우방사이가 최근 들어서 멀어졌다고 생각하는가?
답=그렇지 않다. 사실 10년 전의 양자관계는 오늘보다 오히려 더 많은 분쟁의 씨앗들을 안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미국이 「유럽」을 팽개칠지도 모른다는 비난의 소리가 곧잘 들렸지만 요즘은 그런 얘기가 없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양자의 관계는 나빠진게 아니라 더욱 긴밀해졌다고 생각한다.
문=얘기가 너무 포괄적이라서 그런 질문이 나온게 아닐까. EC의 관세장벽을 중심으로 얘기를 전개하면 결론도 달라질 것 같은데?

<미 관세율 낮추어야>
답=그것 보라구. 왜 미국의 관세장벽 얘기는 쏙 빼먹는가. 처음에 내가 지적한게 바로 이점이었다.
문=미국이 고쳐야할 「장벽」을 구체적으로 지적해주지 않겠는가?.
답=EC국가들끼리의 관세율에 비하면 미국의 관세율은 훨씬 더 높다. 농산품의 경우에는 이건 내놓고 보호무역주의를 택하고 있다.
「바이·아메리컨」정책이라는 것도 비슷한 예에 속한다. 이런걸 반성하고 서로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이해하려고 해야 무역확대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유럽국가들이 돈 더써>
문=하지만 미국은 「유럽」의 방위를 위해 방대한 돈을 쓰고 있지 않은가?
답=관점을 똑바로 잡아야지. 미국이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들어온 것은 자신의 방위를 위해서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미국이 「유럽」의 방위에 돈을 쓰는 것은 「유럽」국가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이므로 돈을 쓴다고 해서 생색을 낼 이유는 없는 것이다.
또 미국이 방대한 돈을 쓴다고 했는데 이건 액수만 볼 때의 얘기이다. 「유럽」국가들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유럽」에 있는 지상군의 90%, 전공군의 75%, 전해군의 80%가 「유럽」인들이 낸 돈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유럽 도움없인 일 안돼>
만약 「유럽」국가들이 자국의 안전만을 생각해서 중립선언을 하거나 또는 국방비를 최소한으로 줄인다고 생각해 보라. 미국은 껍질 벗긴 자라처럼 될게 아닌가.
문=미국과 EC사이의 현상이 제대로 안되면 무역전쟁에다 NATO해체까지 겹칠 것이라는 얘기도 있던데...?
답=나는 그런 비관론자들의 얘기에는 관심이 없다. 그리고 그와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도 않을 것이다. 미국이 제 입에 안 맞는다고 NATO를 깨부술리도 없고 「유럽」국가 역시 중립을 내세운 준비가 안된 터이므로 이의 해체는 바라지 않을 것이다.

<영은 ec의 촉매구실>
문=영국이 EC에 틀어간지도 5개월이 되었는데 그동안 마찰은 없었는가?
답=없었다. 각국의 의견이 가끔 엇갈리는 것은 영국이 들어가기 전에도 있던 일이었고 이것은 발전의 촉매제 구실도 하는 것이다.
문=하지만 농산물가격 문제 등으로 몹시 다투었다는 얘기가 파다하던데...?
답=분명히 어떤 사람이 과장해서 덧붙인 소리겠지. 도대체 농산물가격에 관한 싸움의 밑뿌리는 서독과 「프랑스」사이에 있는게 아닌가.
물론 우리 농업상이야 될 수 있는 대로 농산물 값을 낮게 만들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가격인하 공세의 주장은 어디까지나 서독이지 우리가 아니다.

<사양징조란 잘못된 말>
문=그래서 EC가입후의 사태에 대해 대만족이란 말인가?
답=지난해에 EC회원 9개국의 정상회담이 「파리」에서 열렸을 때 우리는 EC의 목표를 80년까지 완수하기로 합의했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스케줄」대로 전진하고 있다. 이건 누가 뭐라 해도 신나는 일이다.
문=그건 그렇겠다. 하지만 사람들은 영국이 2차대전 후 계속 기울어 가기만 한다고 말하던데...?
답=그렇지 않다.
51년에서 64년까지 우리는 경제적으로도 크게 성장했고 실업율도 아주 낮았다. 그리고 「파운드」의 가치도 안정되어 있었다.
현재의 상황을 보더라도 연 5%의 경제성장률, 충실한 외화보유고, 낮은 실업율 등 병색이라곤 거의 없는 것이다. 만약 이와 같은 사실이 사양의 징조라면 영국은 망해가는 나라라고 해도 좋다.
문=그러나 노사관계가 나쁘다는 평판만은 변명의 여지가 없지 않은가?

<국민생활수준 높일 터>
답=격렬한 파업이 여러 번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영국은 노동조합이 잘 발달되어 있으니까. 그러나 최근에는 이를 노동조합과 기업가들의 협조가 원만히 이뤄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문=수상자리에 있는 동안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은 무엇인가?
답=EC의 틀 안에서 우리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높여주는 일이다.
영국은 영연방과의 특수한 인연 때문에 제3세계에 대해 각별한 책임을 지고 있다. 앞서 말한 목적을 차근차근 실현해 나가면 세계 문제에 대한 우리의 영향력도 자연히 강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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