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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운봉 면양목장 양모자급에의 꿈을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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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현재 4천5백 마리뿐>
인간과 가장 가깝고 인간생활에 가장 크게 기여한 동물은 양일지도 모른다. 털은 의복으로, 가죽은 장식용, 고기는 식용, 그밖의 모든 것은 퇴비로 이용되어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
이 때문에 양은 착하고(선) 아름답고(미) 인간은 옳은 것(의)을 기리며 동서의 양을 연결하는데도 양자를 빼 놓을 수 없다던가.
양의 원산지는 중앙「아시아」지방.
우리 나라도 삼국시대부터 양을 길러 일본 등에 모직물을 수출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양은 모기·갑충류 등에 약하기 때문에 예부터 「남면북양」이라 하여 중부이남에서는 양축업이 권장되지 못했었다.
우리 나라에는 현재 불과 4천5백 마리의 면양이 있을 뿐이며 그나마 국립종축장에서 시험용으로 사육하고 있어 국내 양모 공급은 거의 「제로」상태.
이에 따라 작년에는 1천만「달러」어치의 양모를 호주에서 수입했다. 올해는 한때 화학섬유에 눌렸던 모제품 수요가 다시 크게 증가, 국제양모 시세가 지난 1년 동안 3배나 폭등했기 때문에 국내 수요를 메우기 위해서도 3천만「달러」 어치는 수입해야 할 형편이다.

<적응시험결과 성공적>
이렇듯 양축산업 불모지인 우리 나라도 71년에 설립한 운봉목장(전북남원)의 면양시범 사육이 성공단계에 들어섬으로써 양모자급에의 길이 낙관적이다.
운봉목장은 지난 68년 박대통령의 호주방문을 계기로 우리 나라에서 면양산업의 가능성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설립된 것.
작년6월 처음으로 「코리델」 1천48마리를 들여왔다. 1년 동안의 적응시험결과 10여 마리가 죽었을 뿐, 성공적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지난 4월 하순에 첫 전모 (털깎기) 에서 4천5백㎏을 생산, 고산지대 양축산업의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것.
그래서 정부는 오는 75년까지 호주산 면양 1천4백50마리를 연차별로 더 들여올 계획이다.
올해와 내년엔 「폴워스」를 각각 3백60마리씩, 그리고 75년에는 「코리델」 4백52마리, 「폴의스」 2백80마리를 들여올 계획이다.

<세모율, 호주산 능가>
지난 4월에 전모된 털은 「크림프」(양털이 곱슬곱슬한 굴곡의 수)가 좋아 양복지로 이용할 수 있고 세모율도 70%로 호주산(65%) 보다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일반적으로 「코리델」은 털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고 육용으로도 쓰이며 털만 쓰는 「메리노」에 비해 올이 굵어(32「마이크론」) 양복지보다는 담요「커튼」 「카피트」 수편모 사용 등으로 이용되고 있으나 최근 외국에서는 「코리델」모를 양복지로 이용키로 하고 일부 시제품이 나오고 있으며 우리 나라에서도 TWS(국제양모사무국)가 앞장서 연내로 시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란다.
정부는 운봉목장의 면양시범 사육을 계기로 국내면양산업 확장을 본격적으로 검토중이다.
특히 면양산업은 모제품의 국내수요 증가 추세를 그려, 수익성도 매우 높아 농수산부의 추정으론 면양사육의 수익성이 41%.
2백 마리를 사육할 경우 연간 평균수입은 ①양모1천㎏에 2백25만원(㎏당 최근시세 2천2백50원 기준) ②새끼양 판매 1백60마리로 1백92만원(마리당 1만2천원)으로 모두 4백17만원(퇴비를 고려하면 수입은 약 20만원이 더 증가).

<털깎기 기술 개선 시급>
2백 마리 사육비로는 ①가축비 14만원(5년 후의 도태분 고려) ②초지·축사·농기구 등 시설비 1백 만원 ③사료 및 관리비 45만원 등 도합 1백62만원.
따라서 순수익은 1백71만원으로 마리당 8천5백50원꼴.
하지만 면양의 사육에는 해결되어야할 전제가 많다.
무엇보다도 해발1천m 이상의 고산의 적지가 문제. 지리산·대관령·제주의 산정 등 입지가 한정돼 있으며 양 한 마리에 6백평의 땅을 할당해야 한다.
이들 지역에 초지를 조성하는 문제가 따르고 털깎기 기술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바리캉」이 달린 털깎기 기계를 쓰더라도 3분에 한 마리씩 깎을 수 있는 숙련된 기술을 닦아야 한다.
또 양몰이에 능숙한 개를 기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하나의 조건.
아뭏든 운봉목장을 효시로 양치는 목동의 피릿소리가 아주 먼 나라의 풍물만은 아닌 것 같다. <글 김두겸 기자 사진 김택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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