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순환출자 금지 M&A·구조조정 예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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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기업의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23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연내 본회의 처리도 가능할 전망이다.

 개정안은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적용을 받는 기업(자산합계 5조원 이상 대기업)에 대해 기존의 순환출자는 인정하되, 법안 시행 이후에 생기는 순환출자는 금지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인수합병(M&A)이나 구조조정 등 기업 경영에서 불가피하게 순환출자 구조가 생기는 경우엔 한시적으로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그동안 여야는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자는 데는 뜻을 같이 했지만 기존 순환출자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시킬지를 놓고 이견을 보였다. 새누리당은 규제 대상에 기존의 순환출자를 포함시키기 어렵다는 입장인데 비해 민주당 등 야당은 기존 순환출자까지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결국 야당이 신규 순환출자에 대해서만 한정하기로 한발 물러섰고, 여당 역시 신규 출자에 대한 예외 범위를 좁히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았다.

 새누리당 정무위 간사인 박민식 의원은 “경제민주화 입법에 대해 국회가 최소한의 책무를 다한 것”이라며 “경제에 대한 충격을 고려해 신규만 금지토록 하는 데 야당도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강기정 간사는 “계속되는 기업의 지배력 확장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범위에서 예외를 인정하고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토록 뜻을 모았다”며 “기존 순환 출자에 대해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신규 출자를 금지하는 4가지 예외 조항이 마련됐다. 기존의 순환출자 내에서 주주배정 증자 시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로 출자하는 경우는 예외로 인정하기로 했다. 지분율 범위 내 지분에 대해서 제한 없이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또 주주배정 증자 시 외부 주주의 실권(失權)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지분율이 상승하는 경우도 1년간의 기간을 두고 해소키로 했다.

 부실기업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채권단의 합의에 따라 계열사의 출자 또는 증자를 통해 신규 순환출자가 발생하는 경우도 예외로 인정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채권단의 결정으로 부실 징후기업에 대해 기존 순환출자 고리 내에서 신주 취득이 발생하거나, 동일인이 주식을 출연해 신규순환 출자가 형성되는 경우 3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순환출자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이 밖에 순환출자회사 내에서 계열회사 간 합병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순환출자가 형성된 경우도 예외로 인정된다.

 이에 대해 재계는 “투자가 위축되고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진다”고 반발했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은 “경영권 방어와 신규 사업 진출에 대한 예외가 허용되지 않아 기업 부담이 크다”며 “순환출자를 금지하려면 경영권 방어를 위한 보완책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계는 기존 순환출자를 인정한 것에 대해선 안도하고 있다.

 ◆대부업 이자 39%→34.9%=정무위 는 대부업의 이자율 상한선을 34.9%로 인하하는 대부업법 개정안 처리에 합의했다. 현행 39%인 대부업 이자 상한을 34.9%까지 하향 조정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행 대부업법은 일몰법으로 이달 말 종료된다.

김경진·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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