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기조 위협하는 통화 팽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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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과잉 유동성이 늘어나 안정 기조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남덕우 재무 장관이 주장해 온 제한적 통화 정책은 작년 8·3「쇼크」로 둑이 무너지고 통화 팽창 추세가 금년 들어 더욱 가속되고 있다. 4월말까지 통화량은 15·1%, 국내 여신은 11·8% 늘었다.
4월말 통화량 5천8백61억원은 1년 전보다 63·0%나 늘어난 것으로서 6·25동난 때를 제외하고는 최고 기록. 작년 l∼4월중엔 통화량이 14억 원이 준데 비해 금년 동기간엔 무려 7백68억 원이 늘었다. 통화량 팽창의 주인은 재정 적자다. 4월말까지의 증가 액 7백68억 원 중 5백54억원이 공공 부문에서 일어났다.
4월말까지의 재정 적자 4백50억원이 고스란히 통화 팽창으로 나타나고 있다.
재정 적자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조각 부문으로서 4월말까지 양특 적자는 5백억 원에 달하고 있다. 수출 간조 때문에 해외 부문도 통화 팽창 부문으로 반전됐다.
국내 여신은 4월말까지 이미 1천7백96억 원이 증가, IMF와 합의한 재정 안정 계획상의 상반기 한도 1천8백17억 원에 불과 21억원의 여유밖에 남겨 놓지 않고 있다.
국내 여신 증가를 주도한 것도 역시 재정 적자와 수출 지원.
통화 팽창을 억제하기 위하여 금융기관 자금을 9백33억원이나 동결했는데도 원천적으로 워낙 많은 돈이 나갔기 때문에 겉잡을 수 없는 유동성 증가 사태를 빚고 있는 것이다.
21억원의 국내 여신 한도로는 5, 6월을 도저히 버틸 수가 없다. 재정 적자가 당장 시정될 전망도 없을뿐더러 수출 지원을 중단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기 회복에 따른 설비 투자「붐」으로 자금 수요는 더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재무부는 공공 부문은 이미 한도를 초과했으니 하반기에 줄인다는 목표 아래 연율23·9%의 증가 선에서 유지하고 민간 부문만 상반기 중에 12%의 증가로 억제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결국 문제를 이월시키자는 것이다.
이러한 통화 팽창은「인플레·무드」에 불을 붙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현재 강력한 행정 규제에 의해 물가가 동결 사태에 있지만 가뜩이나 국제 원자재 값이 올라「코스트·인플레」요인이 많은데다 과잉 유동성까지 가세된다면 겉잡을 수 없는 물가 상승을 초래할 것이다.
경기는 이미 과열 국면으로 정착화하고 있다. 확대「무드」도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자금을 더욱 많이 내라는 압력이 거세게 올 것은 당연하다. 이젠 이러한 확대「무드」 속에서 과열 경기의 진정 조처를 어떻게 설득하고 또 얼마큼 저항하느냐에 학자 장관인 남 재무의 진의가「데스트」될 것이다. <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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