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발드」의 조각 세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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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조각가 「밀튼·헤발드」는 「페르샤」의 「사사니안」파의 미술에서 기술적인 유사성을 찾을 수 있을 뿐 전례가 없는 주제를 조각에서 추구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그의 조각이 보여준 해안과 해수욕하는 남녀의 조각은 구상의 생활에서 조형미를 구하는 아름다움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헤발드」는 완전히 드러난 형상, 깊은 조각, 얕은 조각, 그리고 선만으로 윤곽을 나타내는 네 가지 조각 법을 두루 쓰고 있다. 그가 좋아하는 것은 「바로크」 시대의 조각이고 좋아하는 조각은 「베르니니」의 작품이며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셰익스피어」다.
작품 『「셰익스피어」의 거울』을 보면 이마가 넓은 그의 머리와 「칼러」 그리고 턱을 매만지며 거울을 들고 있는 두 손만이 강조되고 나머지 부분은 평면적인 조각 표면에다 단순히 선을 긋거나 약간 도톰하게 파 놓았을 뿐이다.
「브라치아노」 호숫가에서 불쑥 나온 두상을 만든 다음 「헤발드」의 조각은 3「피트」나 되는 거대한 머리들에 관심이 쏠린다.
머리가 길고 수염을 기르고 색안경을 낀 「히피」 세대들의 머리통이다. 입을 동그랗게 벌린 여자의 4「피트」반이나 되는 얼굴에는 「바로크」 풍의 장발이 잠자리 안경을 뒤덮어 눈이 안보일 지경인데 제목은 『「바사」 여대 희생자의 상』 .
「헤발드」는 현대의 장면만을 그리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과거 세대의 모습도 곧잘 담는다.
「1955년 이후 「로마」에서 살고 있는 이 고등학교를 중퇴한 조각가는 고대 제국 최대의 도시요 중세와 「르네상스」가 아울러 번창하고 「바로크」 (16∼18세기)가 인생에 요란한 장식을 붙여 놓고 간 도시에서 「스쿠터」를 타고 달리는 젊은 남녀를 조각한다. 그것은 여러 문명에 강탈당한 「로마」를 사랑하는 「베르니니」의 후계자의 눈에 비친 기계 문명에 의한 「이탈리아」의 약탈상이기도 한 것이다. 풍부한 전통 문화는 그렇게 멸망해 가고 있다는 그의 증언이기도 하다.
「제임즈·조이스」를 좋아하는 「헤발드」의 예술 속에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시공을 초월한 「바로크」적 과거의 영광과 전망을 그는 「조이스」가 문학에서 그랬듯이 최근의 순간적이며 「코믹」한 현상과 뒤섞어 놓는다.
미국인의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고 격식을 모르는 생활과 「유머」를 「로마·바로크」의 장엄하고 엄숙한 멋과 대조시키는데서 그의 예술은 깊은 멋을 더해 갈 것이다. <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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