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음악의 교류와 관계|창악회 15주년 기념「심포지엄」-이혜구씨<서울대 음대학장> 주제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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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창악회는 창립 15주년 기념으로 「동서음악의 교류 및 관계」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을 25일 하오3시 서울 YWCA강당에서 열었다. 주제는 이혜구씨(서울대 음대학장)와 김순애씨(이대음대 교수)가 각각 동양음악면과 서양음악면에서 발표했고 박용구, 이상만, 한만영, 권오성 제씨가 토론에 참가했다. 다음은 이혜구씨의 주제발표를 요약한 것이다.
동서음악의 교류에서 서양의 작곡가가 동양음악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19세기말 서양의 교향적 형식 또는 조성음악이 흔들리면서부터다.
서양작곡가로 제일 먼저 동양음악의 영향을 받았다는 「드뷔시」는 「자바」의 전통음계를 이용했고 「바르토크」의 민요는 동양기원의 고선법과 「리듬」을 쓰고있으며 「존·케이지」는 중국의 역경과 불교의 선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챈스·뮤직」을 창시했다.
이와 같이 서양의 작곡가들은 재래의 조성음악에서 헤어나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내려는데 있어서 동양음악의 요소를 자기음악에 채용했다.
한편 동양음악에서 국악은 19세기말 처음으로 서양음악에 접촉했다. 그러나 이 동서음악의 교류는 한국인에 의한 것이 아니고 한국 군악 대장으로 취임한 독일음악가 「프란츠·에케르트」에 의한 것이었다.
그가 1902년에 작곡한 『대한제국 애국가』는 서양음악같이 G단조로 되었지만 한국적 선율을 썼고 4박자가 아닌 3박자로 되어있다.
그 후 서구에서 전통적 화성법과 작곡을 전공한 한국작곡가들이 서양기법에 의한 작곡을 하였고 더러 한국음악의 소재를 채용하기도 했지만 서양음악과 전혀 다른 한국적 음악을 창조하지는 못했다.
해방 후 한국작곡가들은 서구에서 조성음악으로부터 탈피하려는 여러 가지 신 음악운동을 알게되자 비로소 국악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서양의 작곡가가 새로운 재료와 기법을 동양음악에서 찾으려는데 자극을 받아 한국작곡가는 한국음악을 재발견한 것이다.
서양음악이 전통적 조성을 사용하고, 동양음악이 복음을 쓰지 않고 복잡한 「리듬」과 미분음정의 선율만을 쓰는 한 그 양자는 동서음악으로 구별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동서음악이 각기 전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재료와 기법을 연구해 가는 마당에서는 자기에게 없는 것을 상대편에서 찾게되는 교류는 불가피하게 된다.
이러한 교류를 가진 음악은 국악 또는 서양음악이라고 규정하기 어렵고 작곡가 개인의 창작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와 같이 동서음악이 다같이 자기전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창작하고 서로의 기법과 재료를 유용하면 국제적인 음악이 되는 것이다.

<「창악회」 15년의 발자취>-유일한 작곡가「그룹」, 어려움이기고 음악문화 중흥에 기여
새로운 음악의 창작과 그 이론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민족음악의 수립을 목적으로 한 창악회(대표 이성재)가 올해로 창립 15주년을 맞았다. 작곡가들이 모인 우리나라 유일의 동인「그룹」으로 창작활동의 중심이 되어온 창악회는 그동안 20여 회의 각종 발표회를 통해 1백여 곡의 창작품을 발표했고 7∼8회의 연구회와 「심포지엄」을 가졌다.
우리나라 창작음악의 진흥을 위해 58년4월 이성재, 정회갑, 김달성, 이남수 제씨 등이 모여 출발한 창악회는 그동안 사회와 악단의 창작활동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이제 회원 40여명으로 구성된 충실한 단체로 성장했다.
연주활동에 앞서 창작활동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며 특히 창작 없이는 민족음악 수립이란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볼 때 지금까지 창악회가 우리 음악문화의 중흥을 위해 이룩한 업적은 높이 평가받을 수 있다.
70년부터 매년 봄·가을 두 차례의 창작발표회로 활기를 띠고 있는 창악회는 이번 창립 15주년을 맞아 지난 18일에는 작곡발표회, 25일에는 「동서음악의 교류 및 관계」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을 열었으며, 곧 신작악보 출판·「디스크」취입·학술지 간행 등과 가을에는 전국작곡「콩쿠르」를 열 계획이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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