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8900억 시장 잡아라 … 학고재 갤러리의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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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고재 갤러리가 20일 상하이에 지점 ‘학고재 상하이’를 개관했다. 국내 화랑 유일의 상하이 지점이다. 개관전으로 한국의 젊은 현대 미술가 3인의 ‘시각과 맥박’을 열었다. [사진 학고재 상하이]

“한국 미술의 힘을 보여주겠습니다.”

 국내 대표적 화랑 가운데 하나인 학고재 갤러리(대표 우찬규)가 20일 중국 상하이(上海)에 지점 ‘학고재 상하이’를 열고 중국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학고재 상하이는 상하이 예술특구 모간산루(莫干山路) 50호(M50) 중심부에 있는 2층 건물의 1층에 자리잡았다. M50 내 상업화랑 중 둘째가는 규모(233㎡)다. 상하이에는 현재 480여개의 갤러리가 있으며, 한 해 미술시장 규모는 51억 위안(89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상하이 미술시장의 주축은 M50과 타이캉루(泰康路) 예술촌, 와이탄(外灘) 예술지구 세 곳이다. 이 가운데 M50은 제분공장과 방직공장이 있던 곳으로 1988년부터 예술가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해 4만여㎡ 규모의 예술촌으로 조성됐다.

 학고재 상하이는 국내 갤러리 유일의 상하이 지점이다. 2007년 이후 베이징(北京)·상하이에 국내 화랑의 진출이 잇따랐지만 2010년 이후 대부분 철수했다. 자국 미술가를 선호하는 중국 내 분위기, 무거운 세금(판매액의 35%) 등이 이유였다. 상하이의 경우 9월 자유무역지대가 출범하면서 미술품 거래시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학고재 상하이는 개관전으로 ‘시각과 맥박’을 기획했다. 김기라(39)·이세현(46)·홍경택(45), 현재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한국의 젊은 미술가 3인전이다. 각각 베이징 시가지에서 캠코더를 끈에 묶어 질질 끌고 다니며 찍은 영상, 4·3 사태와 6·25 전쟁 등 한국 근현대사의 순간이 병치된 붉은 산수, 다채로운 색감의 연필 시리즈 등을 내놓았다. 전시는 내년 2월 23일까지 계속된다.

 우찬규 대표는 “미술시장은 경제 중심지를 따라가게 돼 있다. 아시아가 경제의 중심이 되고 있으며 그 중 가장 중요한 곳이 상하이”라며 “학고재 상하이를 아시아 미술 전문화랑으로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소격동의 학고재는 올해로 개관 25주년을 맞았다. 1988년 인사동의 33㎡(10평)가 채 안 되는 공간서 시작, 저명 미술사학자들과 손잡고 전통 회화전을 여는 등 당시로선 이채로운 행보를 보였다. 90년대엔 민중미술을 소개했으며, 2000년대 들어 중국 현대 미술전을 활발히 여는 등 세계 미술계와 흐름을 함께하고 있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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