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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현상고정 소·일·중공 등이 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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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워싱턴 23일 동양】다원화로 표현되는 70년대의 국제조류 속에서 한국이 서야할 위치를 모색하는 『70년대의 한국과 강대국들』이라는 재미한국인 정치학자 「심포지엄」이 지난 20일과 21일 이틀간 「힐튼·호텔」에서 열렸다. 한국의 영남대학과 「워싱턴」의 「아시아」문제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이 학술회의에는 미국동부지역 각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있는 14명의 한국인 정치학자들이 참석했다.
「드럭셀」대학에서 중·소 문제를 연구하고 있는 김영택 교수는 1972년2월과 5월의 미·중공 상해공동성명 및 미·소 「모스크바」공동성명은 강대국들이 소국 문제개입에서 벗어나 독자노선을 갖겠다는, 즉 강대국 「내셔널리즘」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미·중공간의 화해는 중·소 분쟁이 격화할 징조를 마련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아서는 중·소 관계는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북한도 중·소 관계가 다소 개선되는 것을 이용하여 대일, 대미 관계개선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에 참가한 교수들도 ⓛ한반도는 미·소·중·일본 등 강대국들의 이해가 교차하는 지렛대가 될 것이다. ②남·북 관계와 미·중공, 일·중공관계가 밀접한 상관관계로 진행될 것이다. ③서울의 북경·「모스크바」 접근탐색과 평양의 「워싱턴」·동경접근 향배가 한반도의 주변 4강대국 균형에 중대한 저울역할을 할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따라서 70년대의 한국이 직면한 단기적 과제는 미국과의 전통적 유대관계를 유지하면서 어떻게 새로 등장한 일·중공·소련과의 관계를 새롭게 조정하느냐로 집약된다.
「미주리」대학의 조순승 교수는 소련과 중공이 북한과의 유대를 훼손해가면서까지 한국과의 관계개선을 전개하기에는 북한과의 이해관계가 너무 크다고 전제하면서 한국은 지나친 대일 의존을 스스로 경계하면서 「유럽」쪽으로 큰 경제적 시야를 넓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는 또 「닉슨」·「키신저」의 세계정책의 초점은 「닉슨·독트린」 등으로 개입축소를 희원함으로써 상대국들이 새로운 길을 모색할 기회를 마련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한국의 경우 미국의 종전정책에 지나치게 매달릴수록 그만큼 독자적 선택의 여지는 좁아진다고 경고하고 한국은 여유를 갖고 한번 미국의 참된 정책의 방향을 기대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틀간의 토론결과를 종합하면 ①주한미군의 수준이 70년대 중반에 가서는 미국의 국내사정 때문에 상당수 감소될 것이지만 미국은 동부「아시아」 세력균형의 협상근거로서 미군의 일부 주둔을 계속할 것이며 ②서울의 중·소 관계 탐색과 평양의 미·일 접근이 경쟁관계에 들어가고 ③일·중공·소련은 한결같이 한반도의 현상고정을 바라고 있고 ④미국은 동「아시아」에서 북한·중공·소련의 이런 삼각관계를 달갑게 생각하지 않으며 ⑤미국의 중공 봉쇄정책 과정에서 굳혀져온 한국외교의 가치 체계가 새로운 국제질서에 신중히 적용, 변화할 것이 요구된다는 것으로 간추릴 수 있겠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워싱턴」 「아메리컨」「메릴랜드」대학의 「힌톤·파우엘」 등 유명한 「아시아」전문가와 전 주한대사 「무초」씨 등이 참석, 성황을 이루었는데 이들은 이 「심포지엄」이 대단히 유익한 것이었다.
한편 「아시아」문제 연구소는 내년 봄에 「워싱턴」에서 소련·영국·일본·미국 등지의 극동문제 전문학자들을 모아 한국통일을 주제로 한 극동문제 「세미나」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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