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종학 선생 유품 역사자료 수만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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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해 11월 23일 75세로 타계한 서지(書誌))학자 사운(史芸) 이종학(李鍾學.사진) 선생이 남긴 독도, 수원 화성, 충무공 이순신을 비롯한 독립운동 자료 기증 문제가 학계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사운이 지난 40년간 사재를 털어 관련 자료를 수집한 것은 '일제에 의해 왜곡된 우리 역사 바로찾기'로 요약된다. 스스로 지은 호 '사운'도 '역사를 김매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동학사료총서' '화성성역의궤' 등 10종 40여권에 달하는 자료집을 냈고, 독도가 우리 땅임을 말해주는 '일본 해군성 수로지(水路誌)', 독도 의용수비대장 홍순칠씨의 유품 등 3백51종 5백12점을 1997년 8월에 삼성문화재단이 지어 개관한 독도박물관에 제공한 바 있다.

충무공 관련 자료는 그가 초대 소장을 지낸 순천향대 이순신 연구소에 넘겼으며, 독립운동 관련 자료 3천3백여점을 독립기념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아직 그의 수원 자택엔 수만점의 사진.문헌이 남아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대학이 이 자료를 인수하기 위해 나선 것은 바로 이 때문.

수원시와 화성시가 공식적으로 이 자료를 전시할 건물을 포함한 계획서를 다음 주에 낼 예정이며, 순천향대학을 비롯한 서울의 유명 사립 Y대학 등도 여러 경로를 통해 자료 인수에 관심을 표명 중이다.

이로 인해 유족들은 고인의 뜻을 잇고 기릴 대상을 고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지 분야의 전문가를 중심으로 위원회를 만들어 결정할 것을 고려할 정도다. 유족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료를 연구할 인적.물적 조건을 갖추는 것.

학계도 연구할 능력이 없는 기관으로 넘어가는 것을 우려한다. 원로 서지학자 P교수는 "사운의 자료는 전시용보다는 연구용으로 쓰여야 한다"며 "연구기관으로 가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자료의 성격별로 나눠 관련 전문 연구기관에 넘겨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찮다. 안중근 기념사업회의 신운용 연구부장은 "연구기관의 성격에 맞지 않는 자료는 더미에 묻히기 십상"이라고 전제하고 "정확한 자료 분류를 위해 여러 연구기관이 컨소시엄을 구성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제안하고 있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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