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만에 찾은 「과거」|어느 6순노파의 「마음의 행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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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어느6순노파의 「마음의 항노」
○…2차대전 말기 잇단 폭격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려 방황하던 한순이여인(61·목포시 상악동1가11)이 28년 만인 지난3일하오 소식을 듣고 달려온 남동생 한덕필씨(52·경북월성군양남면 수렴1리136)와 극적으로 해후. 기억을 되찾았다.
검은머리의 중년으로 헤어졌다가 이날 28년만에 백발이 성성한 한 노파를 다시 만난 동생 덕필씨는『한 노파의 소생 중 아들의 소식은 모르나 맏딸 금자(43)와 2녀 순자 (38)는 대구에, 막내 화자 (35)는 부산에 샅고 있고 남편 김씨는 재혼해서 울산에 살고 있다』 그 가족소식도 알려 주었다.
○…한 노파는 2차전쟁 말기인 45년7월15일 일본동경의 대 공습을 피해남편 김재달씨 (72) 및1납4녀와 합께 여객선으로 「시모느세끼」로 피난하던 중 비행기폭격으로 배가침몰 하면서 모든 기억을 상실했다.
표류 9일만에 간신히 무인도에 상륙, 3일 뒤에 화물선에 구출됐으나 자신의 과거와 일가친척도 기억해내지 못했다.
○…한 노파는 그때부터 방황하기 시작, 6·25를 혼자 보냈고 동란 후에는 광주·목표 등지의 모자원을 전전하다가 지난 70년3월부터는 목포의 「콜롬반」 병원의 양로원에 몸을 맡겼었다.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이웃 상악동1가11 조영초여인 (47) 에 발견돼 몸을 의지하게 되었고, 조여인의 장녀 김정화양 (23·성균관대사학과4년) 등 가족들의 끈질기고 성의 있는 협조로 가물거리던 기억을 조금씩 되찾기 시작했다는 것.
어렴풋이 친척이 부산에 있다는 기억을 살리자 김양 등은 부산 각 구청장에게 『한 노파의 가족을 찾아달라』는 호소문을 냈고 오랜 수소문 끝에 지난 3월6일 부산영도구청장으로부터 큰오빠의 아들 등이 샅아 있다는 연락을 받아 이날 가족을 찾게 되었다고.【목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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