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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국토의 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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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사상 유례없이 고조된 국토녹화의 열의 속에서 올해 식목일을 맞는다. 그동안 계속된 가뭄 탓으로 곳에 따라서는 나무심기를 중지해야할 곳도 있으나 그럴수록 모든 악조건을 극복해가면서 조국강산을 푸르게 가꿀 원대한 꿈의 실현에 전국민의 굳은 의지와 지혜가 모아져야할 것이다.
흔히 푸른 동산이란 말은 부강한 나라, 살기 좋은 국토를 상징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있어서는 이제 그 말이 단순한 상징적인 의미 이상의 현실적인 과제임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무슨 일도 다 그렇지만, 범국민적인 역량을 한데 결집해야할 치산치수와 같은 사업은 국민의 자발적인 참가 없이는 실효를 기대할 수 없다.
이것은 매우 평범한 진실이지만, 정부당국으로서는 어떠한 정책입안에 있어서도 가장 투철하게 인식해야할 금언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훌륭한 계획이라 할지라도, 공장건설의 경우처럼 설계도대로 진척될 수는 없는 것이 치산 녹화사업의 성격이기 때문이다.
앞서 내무부가 성안했던 치수녹화 10개년 계획은 그 입안단계의 첫머리부터 너무도 야심적인 포부 때문에 갖가지 부작용을 빚어 결국 전면적인 재조정이 불가피했었다. 이 또 한번의 값진 체험은 반드시 살려야 할 것이다.
이번 체험을 통하여 교훈으로 삼을만한 자료는 얼마든지 있다. 첫째는 국민생활, 특히 농촌과 산간·낙도주민의 살림살이를 등한시하는, 그런 방식의 계획은 설사 능률을 좀 떨어뜨리는 한이 있더라도 극력 회피해야 한다.
연료대체도 말이 쉽지 실지로는 연탄을 사 땔만한 소득조차 올리지 못하는 농민들이 많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석탄생산의 증가와 유통체계의 확충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또 조림 및 관리의 기술면과 묘목, 자재 등 물동면에 있어서도 용의주도한 계획과 그 계획을 실천에 옮기는데 차질이 없을 자원의 축적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요즘 보는 것처럼 묘목이 동나고 값도 엄청나게 뛰었을 뿐 아니라 식목실적을 채우기 위해 딴 곳의 온전한 나무를 뽑아다 심는 등 사례는 이를 말단의 사소한 폐단으로 보아 넘겨서는 안 된다. 획일적인 수량주의의 강요 또한 금물이다. 적당히 수량만 채우고 활착엔 아랑곳하지 않는 무성의한 식목이라면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은 것만 같지 못하다.
지역적으로 토질·기상 등 자연조건에 맞는 수종을 골라야 한다. 그러자면, 전 국토를 대 상으로 과학적인 기술조사가 선행되어 이것이 주지되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통틀어 이른바 치산녹화 장기계획을 위한 기반조성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주마다 실정에 어울리는 산림법을 운영하고 있는 서독의 경우 같은 것도 참고로 삼을만하다.
우리의 처지로는 또 농촌주민의 소득제고라는 경제적 과제와 녹화사업을 「링크」시켜야 한다는 대전제가 있다. 주로 도시사람들의 눈을 아름답게 해주기 위한 치산녹화란 평을 듣는 일이 있다면, 그 진의가 어디 있건, 적어도 현명한 계획은 아니라는 뜻도 된다. 우선은 농촌주민들의 소득증대라는 경제 우선적 견지에서 녹화사업의 의의가 부여되고, 그 다음으로는 기업으로서의 산림경영의 이익이 국민 모두에게 납득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푸른 국토의 꿈은 무슨 난관이 있어도 기어이 실현되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자 그대로 진심에서 우러나온 관민일체의 협력체제가 짜여져야 한다. 정부가 4월중에 재조정 발표키로 한 치수녹화 장기계획이 이 같은 대전제들을 충분히 고려에 넣은 현실적인 대 구상으로 제시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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