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소 두마리가 끌던 쟁기, 디딜방아 … 농업보물 1호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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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보물 1호로 지정된 겨리쟁기. 경기도 중북부 지역에서 밭을 갈 때 사용했다. [사진 농업박물관]

소가 끌던 쟁기, 볏짚을 나르는 지게, 닭똥으로 뒤범벅된 대나무 어리(닭장)….

 예전 시골 농가에서 흔히 사용된 농기구들이다. 쓰임새가 다하면 땔감으로 아궁이에 들어가기 일쑤였다. 50~100년 전에 흔히 사용된 농기구를 현재는 농촌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이유다.

 비싸고 귀한 재료를 쓴 것도 예술가의 손을 거친 것도 아니지만, 농기구에는 농민들의 지혜와 독특한 미적 감각이 담겨 있다. 서울 중구 새문안로 농협중앙회 농업박물관(관장 김재균)은 이런 농기구의 역사적 의미에 주목해 농기구 5000여 점을 수집해왔다. 그 중 가치가 높은 것들을 ‘농업보물’과 ‘중요농업유물’로 지정하는 농업문화재 지정제도를 시행한다고 17일 발표했다.

 박물관이 선정한 농업보물 1호는 경기도 포천의 한 농가가 기증한 겨리쟁기다. 1910년대 제작된 이 쟁기는 소 두 마리가 함께 메는 독특한 형태뿐 아니라 보습과 볏, 탕개줄 등 부속도구까지 그대로 보존돼 희소가치가 높다.

 이 밖에도 국내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1인용 디딜방아, 넓은 평야지대에서 사용됐던 폭 230㎝의 써래(논바닥의 흙을 부수는 도구), 쥐나 족제비의 공격을 피해 처마에 매달았던 닭장 등이 농업보물에 이름을 올렸다.

 김 관장은 “농업유물은 그 동안 역사가 짧고 흔하다는 이유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소똥과 닭똥이 묻은 이 농기구들이야말로 농민의 삶이 농축된 진짜 보물”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농업문화재로 지정된 유물들은 내년 3월30일까지 농업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특별전 ‘농기구, 보물이 되다’에서 볼 수 있다. 무료. 02-2080-5727.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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