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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수학] 3월14일은 'π데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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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7면

매달 14일은 온통 무슨 날이다. 내일이 화이트데이인 것을 비롯해 밸런타인데이(2월 14일), 자장면을 먹는 블랙데이(4월 14일), 장미꽃을 선물하는 로즈데이(5월 14일) 등.

이와 같이 상업주의가 만들어낸 '유사 기념일'에 대한 수학계의 신선한 반격으로 요즘에는 3월 14일에 '파이데이'행사를 치르기도 한다.

파이라면 먹거리를 연상하겠지만, 여기서 '파이'는 원주율 π를 뜻한다. π의 근사값이 3.14여서 3월 14일과 연결시킨 것이다. '근사값'이라고 했는데, 사실 π는 무리수다. 소수로 나타내면 숫자가 소수점 밑으로 끝없이 이어진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몇 해 전부터 파이데이에 수학교사들이 π값 외우기 행사를 열고 있기도 하다.

파이데이 행사는 10여년 전 미국에서 결성된 'π클럽'이 시작했다. π가 3.14159…로 나가기 때문에, 3월 14일 오후 1시 59분에 모여 '해피 파이데이' 노래를 부르고, π모양의 과자 파이를 먹으면서 축하연을 벌인다.

회원이 되려면 π값을 적어도 소수점 이하 1백자리까지는 외워야 한다고 하니 대단한 열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π값을 구하려는 시도는 아주 오래 전에도 있었다. 기원전 2000년 바빌로니아에서는 약 3.125로, 고대 이집트에서는 약 3.16으로 계산해 냈다.

성경에서도 π값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있다. 구약 열왕기에 '또 바다(바다 모형)를 부어 만들었으니 직경이 십 규빗이요, 모양이 둥글며… 주위는 삼십 규빗…'이라는 구절이 있다. 둥근 바다의 둘레가 30규빗이고 지름은 10규빗이므로 π값이 3이라는 얘기다.

기원전 3세기 그리스의 아르키메데스에 이르러서는 상당히 정밀한 π 계산법이 나왔다.

원에 내접하는 정육각형과 외접하는 정육각형을 그리면, 원의 둘레는 내접 육각형의 둘레보다는 길고, 외접 육각형보다는 짧다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6각형이 아니라 정96각형 하는 식으로 변의 수를 늘려가면 원의 둘레를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

1596년 독일의 루돌프는 아르키메데스의 방법으로 π값을 소수점 아래 20자리까지 계산했고, 그 뒤에는 35자리까지 정확하게 알아냈다. 그를 기념해 독일에서는 π를 '루돌프 수'라고 부른다.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대 연구팀은 수퍼 컴퓨터를 4백시간 동안 돌려 π값을 1조2천4백억 자리까지 계산했다. 종전보다 6배 많은 자릿수다.

지금은 일정한 시간 안에 얼마나 많은 자릿수까지 π값을 계산하느냐가 컴퓨터의 성능을 시험하는 하나의 기준이 된다.

박경미 홍익대 교수 수학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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