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평과20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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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지40평·주택18평이면 어느정도인가. 서민들이야 너무도 잘아는 형편이지만, 혹시 모르는 사람들도 있을것 같다. 우선 마당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大門을 들어서면 마루다. 방은 3개쯤이지만 세간들을 들여 놓으면 그저 잠을 잘만하다. 식구가 늘어남에따라 그 공간도 점점 줄어든다. 하지만 이런 집도 없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우리나라 총가구중 22.2%인 1백26만2천여가구는 제집이 없다.
천신만고끝에 드디어 집을 짓기로 했다. 예의 40평대지에 18평짜리 집이다.
우선 집을 다 짓고 나면 각종세금을 물어야 「내집」이 된다. 그 세목만 해도 번거롭다. 취득세· 재산세· 도시계획세· 면허세·등록세등 합계가 8만5백80원. 대지와 건평을 조금 늘려서 50평·20평으로 할 경우엔 각종세는 9만2천6백원으로 늘어난다. 이것은 기피할 수도 외면할수도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 당국에서 내린 의외의 조처가 하나 있다. 특정지역에서 20평이상의 단독주택을 지을 경우 제세가 면제되는 것이다. 서울에서 그 특정지역이라면 영동지구이다.
우선 「2O평이상」이라는데에 문제가있다. 영세주택보다는 고급주택을 장려하는 것은 주택난과는 아무 관계도없다. 고급주택은 이른바 「호화주택」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기능과 소득과의 「밸런스」가 맞지않는, 잉여공간이 많은 주택은 서민의 눈엔 고급으로 보인다.
한편, 서민의 짐을 덜어주는데에 주택난 해소의 길이 있는것이지, 고소득자의 사치욕에 부채질하는것이 그 길은 아니다. 따라서 고급주택에 특혜를 주는 것은 서민의 생활공간을 넓혀 주는 일이아니다.
영동지구도 그렇다. 이것은 시민의 주택을 위해 시에서 개간한 땅이면 누구에게나 보다좋고 동등한 조건으로 분할해야 옳다. 「특정지역」의 인상을 강하게하는것은 결국 배타적인 지역으로 국한시키는 결과가 된다. 또 그 대지의 값도 席民이 특별한 부담을 느끼지 않을만큼 현질적이어야 한다.
당국은 그 땅들을 서민의 편리를 위해서만 이용하기보다는 하나의 금고로서, 아니면 미관의 과장으로서 이용하려는 느낌도 없지 않다. 주택지의 미관은 고급과 화려에만 있지는않다. 그속에 사는 시민들이 행복한 생활을하고 있는 것도 충분히 아름답고 흐뭇한 광경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특정지역의 개발을 하나의 타산이나 백화점의 「쇼·윈도」처럼 이용하려는데 여러 가지 모순과 무리가 따른다.
주택난의 해소에 좀더 성의있고 따뜻한 「특정」혜택을 마련하는것이 바람직하다. 실로 특혜를필요로 하는것은 서민들이지 고급시민들은 결코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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