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운영은 이렇게… 세 원내총무의 지상 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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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체제가 어떻든 국회는 국정의 중심이어야 한다. 그런 국회로 끌어올리기 위한 투쟁의 출발점에 다시 선 느낌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허장성세 용두사미 끝의 대여 투쟁은 없을 것이다. 비록 소수 의석이지만 국정에 민의를 반영시키고 위축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 신장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2백19명중 52석의 원내 유일 야당인 신민당의 신도환 총무대리는 9대 국회에 임하는 야당의 자세를 이렇게 말했다.
『지난 8대 국회 때처럼 겉으로 극한투쟁이다 결사투쟁이다 해 놓곤 결국 아무런 실익도 거두지 못한 채 국민에게 실망만을 안겨 준 원내 투쟁은 반복하지 않겠다. 반대를 위한 반대의 인상은 주지 않아야겠지만 그렇다고 올바른 주장이 묵살 당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무기력한 야당은 되지 않겠다.』
그는 8대 국회 때의 야당의 자세를 차갑게 반성하면서 실익을 위한 대여 전략의 신축성을 강조했다.
이런 신 총무대리의 원내 전략은 11일의 의원총회에서 『정성어린 자세로 원내 활동을 계속하면 무언가 서광이 비칠 것이고 무언가 고쳐지지 않고는 이 나라가 유지될 수 없다』면서 『태산 명동서 일필격의 투쟁을 지양하고 상대성 원리에 입각한 대여 교섭을 해야겠다』고 한 유진산 당수의 말과 일치한다.
그러면서도 신 총무대리는 『숫자의 다과에 관계없이 꼭 반영시켜야 할 민의를 구현하고 시정되어야 할 정부 시책을 최대한 시정시키는 투쟁에서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투쟁하는 야당쪽에 힘을 주었다.
『위축된 자유민주주의의 신장이란 기본 목표를 향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끈질기게 투쟁해 나갈 것』을 되풀이 다짐한 신 총무대리는 선거 부정의 규명, 세법 등의 개폐, 국회 기능을 저하시킨 국회법의 개정이 당면 과제며 이를 위해 이번 1주간의 회기가 끝나면 빠른 시일 안에 임시국회가 다시 열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할 일은 너무 많고 야당의 입장은 어느 때보다도 어렵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걱정. 『공화당과 유정회란 두개의 여당을 상대해야 하고 비록 무소속 중에 친야의원이 몇 사람 있기는 해도 친여 색조를 벗어나지 못할 것 같고 그러고 보면 국회의 단독소집권조차 없는 소수 야당이 세 개의 여당과 맞부딪쳐 나가야 한다. 그 위에 국회의장의 권한 강화에 반비례해서 정당 기능이 크게 약화돼 있다. 이런 장벽을 뚫어 나간다는 것은 너무도 벅찬 일이다.』
신 총무대리는 이런 어려운 여건 하에서 그래도 효율적인 대여 투쟁을 하기 위해서는 52명의 소속의원의 일사불란한 단결이 선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11일 『총무회담에서 여당쪽 총무들이 총무라고 해야 하나, 총장이라고 해야 하냐고 농을 하면서 결국 총장이라고 부르더라』는 그의 말대로 신 총무대리는 당의 사무총장.
1석의 야당부의장 등 당내의 요직 경쟁 조정이 잘 안돼 총무 인선이 늦어지는 바람에 원내총무가 임명될 때까지 잠정적으로 총무를 맡아 사무총장·총무·원내대변인의 3역을 맡고 있는 그는 인선이 늦어지는 것도 일사불란한 단결과 능률적인 야당 활동을 위한 보다 나은 체제를 짜기 위한 신중 때문이지 다툼 때문에 내가 3역을 맡은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자유당 출신인 그의 야당 당력은 짧지만 유진산 당수의 핵심 참모로 진산 체제의 실력자다.
그의 원내 활동 구상이 유 당수와 일치하듯이 그는 사무총장으로, 또 당수의 측근으로 원내 전략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고 따라서 그가 총무로 옮겨 앉든, 혹은 다른 사람이 총무가 되든 그가 말하는 신민당의 9대 국회 기본 전략과 자세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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