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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마비 지압 치료 그 효험을 둘러 싼 의료계의 반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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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압으로 소아마비를 치료할 수 있다』는 보도(본보 72년 11월l8일자)가 국내 의료계에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킨 것 같다.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해 버리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무턱대고 부인할 것이 아니라 의사들 스스로가 그 진위를 가려내서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과감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부류도 있다.
문제의 발단은 중앙지압원(서울 중구 을지로2가 148의72)의 신현욱·홍태수 「팀」이 전혀 걷지 못하던 소아마비 환자 5명에게 지압을 시술, 계단을 오르내리게 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발표한 데서 시작되었다.
서울대의대 정형욋과 교수 석세일 박사는 『지압으로 소아마비가 치료된다는 것은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설령 지압으로 환자가 몇 발짝 걸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분명 잘못 이해되었거나 아니면 일시적인 최면 효과에 불과한 것』이라고 일축해 버린다.
『잘못 이해되었을 것』이라는 석 박사의 주장은 지압의 효과로 인해서 못 걷던 환자가 걸을 수 있게 된 것이 아니라 환자가 지금까지 깨닫지 못했던 걷는 방법이나 요령을 가르쳐 주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카톨릭」의대 정형외과 과장 문명상 박사도 퍽 부정적인 반응이다. 『지압으로 어떻게 소아마비를 치료할 수 있다는 말인지 도무지 납득이 안 된다』고 문 박사는 말하고 『확실한 이론적인 근거도 없이 환자를 다루는 그들이 퍽 위험스럽다』고 못 마땅해 한다.
그러나 중앙지압원의 신·홍 양씨는 『「밀폐된 용기에 압력을 가하면 어느 부분에나 동일한 힘이 미친다」라는 「파스칼」의 원리를 이용한 지압요법에 이론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 성립될 수 없다』고 반박한다. 『더우기 지금까지 많은 환자들이 지압으로 걷는 기쁨을 누렸는데도 효과를 의심하는 것은 오히려 납득할 수 없다』는 신·홍 양씨의 주장이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송승운군(8·제주시)은 전혀 걷지 못해 업혀서 왔는데 치료 1개월 만에 2백여m를 걸을 수 있게 되었고 겨우 한 발짝 정도 떼던 정명현양(3·경남 울산시 우정동 203의5)은 치료 2개월 후인 지금 혼자서 걸어다니고 있으며 하반신 불수로 업혀서 치료를 받으러 왔던 손원정양(6·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아파트」6동 45호)도 치료 2개월 후인 지금 목발에 의지해서 5백여m를 걷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압요법의 불가사의한 성과에 대해 강경하게 반발하는 의사가 있는가 하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사실이 그렇다면 의사들이 직접 진위를 가리는데 .솔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는 의사도 있다.
고려병원 정형외과과장 김영조 박사는 『소아마비 환자에 대한 지압요법의 성과를 직접 확인하고 싶다』면서 『가능하다면 중앙지압원측과 공동으로 그 성과에 대한 기계적인 측정을 바란다』고 공동 연구를 제의한다. 그래서 그 효과가 입증되기만 하면 소아마비 치료법으로 도입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김 박사의 말이다.
한편 서울대의대 해부학교수 이명복 박사는 『지압요법이 기원전 5천년전부터 전해진 한방 요법인데 전혀 무가치 할리는 없다』고 전제하고 『우리 인체 안에는 현대 의학의 눈이 발견하지 못한 조직이 반드시 있을텐데 이를 구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한다. 지압을 단순히 신비의 대장으로 여기거나 무턱대고 허무맹랑한 사술이라고 도외시하는 태도는 둘 다 과학을 하는 의사의 태도로서 바람직스럽지 못 하다고 이 박사는 지적한다.
어떻든 본 고장인 우리 나라에서 경시당하는 지압이나 침구가 구미 의사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최근의 추세는 퍽 「아이러니컬」하다.
「프랑스」나 「스위스」의 유명한 병원 연구소에서 침구와 지압을 체계적으로 연구한지는 이미 오래이고 극히 보수적인 미국의 의과대학에서도 이를 「커리큘럼」에 점차 삽입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우리의 의료계도 진정한 용기를 보일 때가 온 것 같다. <김영치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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