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南通新 사용설명서] 우리가 사는 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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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트위터 기능을 반쪽만 씁니다. 남이 쓴 걸 보기만 한다는 얘기입니다. 정치적 진영, 경제적 위상, 사회적 영향력, 그리고 관심사와 연령대까지. 극에서 극을 오가는 여러 인물을 팔로하면서 똑같은 사안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저 나름대로 해석해 받아들이기 위해서입니다. 이 과정에서 때로는 깜짝 놀랄 만큼 빠르고 생생한 정보를 얻지만, 때로는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에 대한 증오가 가득한 나머지, 그 나쁜 기운이 트위터 창이 열려 있는 제 스마트폰 액정화면을 뚫고 나오는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젊은이들에게 ‘힐링 팔이’를 하는 소위 파워 트위터리안이라는 사람 가운데 유독 이런 분들이 많더군요. 도저히 견디다 못해 몇몇 파워 트위터리안은 언팔 했죠. 제 타임라인을 도배하던 이런 증오심 가득한 트위터를 보면서 정말 우리 사회는 이렇게 적개심과 악다구니를 토해낼 만큼 살기 나쁜 곳인가 싶어 절망한 적도 있습니다.

江南通新 독자 여러분으로부터 남기고 싶은 메시지를 처음 받기로 했을 때 혹시 욕설 같은 나쁜 내용이 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팀 내에서 있었습니다. 꼭 정치판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가족끼리 친구끼리 서로 물고 뜯는 모습을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흔히 볼 수 있으니까요. 무턱대고 다른 사람을 헐뜯는 트위터리안과 네티즌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고요.

 그러나 막상 e메일을 받고 보니 잠시나마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게 부끄러웠습니다. 메시지 하나하나가 모두 너무나 따뜻한, 그야말로 사람 냄새가 나는 것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보내 주신 메시지를 한 자 한 자 꼼꼼히 읽으면서 가족이란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아껴 주는 고마운 존재라는 걸, 그리고 이 세상엔 참 고마운 선생님이 많다는 걸, 또 여전히 남을 위해 나를 희생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아무리 살기 어렵다고들 말해도 이 세상은 여전히 살 만한 곳이라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런 소박한 소망을 가진 분들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열심히 사는 덕분에 우리 사회가 잘 굴러간다는 것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직접 사연을 주신 독자분은 물론 사연을 보내지 않으신 분들도 10~11면에 있는 독자 메시지를 꼭 한 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바로 이 메시지에 담긴 따뜻한 사연이 2013년 한국 사회의 진짜 얼굴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2014년은 지금보다 더 따뜻한 세상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메트로G팀장=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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