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총선 위협받는 제5공화국|정권교체 내건 사·공 연합 좌익 붐의 기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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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사회당·공산당·연합 좌익 세력의 붐이 고무되고 있는 가운데 2천2백만 「프랑스」유권자들은 4일 4백90명의 하원의원 선출을 위해 투표장으로 나간다. 최근 몇 달 동안 「프랑스」의 여러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결과를 보면 사·공 연합 좌익이 줄곧 선두를 달려 현 「공화국민주연합」의 재집권이 위협하고 있다.
파리에서 발간되는 우익 유력지 「르·피가르」의 이번 주 여론조사에서도 좌익연합이 43%, 집권당이 38%, 개혁파가 15%, 극우가 4% 득표할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6월 사회당과 공산당이 1936년 「인민전선 집권 후 처음으로 공동강령」을 채택, 여당타도를 부르짖고 나선이래 「프랑스」 전국엔 갑자기 좌익세력의 입김이 휩쓸고 있는 것이다.
1958년 「드골」집권이래 15년 동안을 계속 집권한 여당이 왜 갑자기 무너질 위기를 맞게 되었는가? 사·공연합의 공동강령이 국민에게 얼마나 「어필」할 것인가? 사·공연합의 좌익이 이번 총선서 여당을 누르고 과반수의 의석을 차지하게 된다면 「프랑스」정국은 어떻게 되며 「유럽」에 미칠 영향은 어떠한가.
북구 여러 나라는 2차 대전 후 줄곧 사회당이 집권하고 있고 영국선 노동당이 보수당과 번갈아 가며 집권을 했으며, 서독도 「브란튼」의 사민당이 집권하고 있으나 「프랑스」는 1936년이래 사회당이나 공산당이 한번도 정권을 잡아 보지 못했다. 이러한 보수적인 「프랑스」가 갑자기 좌익에 정권을 빼앗긴다면 「유럽」이 여러 나라에도 상당한 충격을 안겨 줄 것만은 틀림없다.
「프랑스」는 2차 대전 후 1958년 「드골」이 집권하기 전까지 평균 6개월에 정부가 하나씩 갈리는 정국불안이 계속되고 경제도 2차 대전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해 『유럽의 병자』라는 별명까지 붙었었다. 그러나 「드골」의 집권과 더불어 「프랑스」는 국내외로 안정과 위신을 되찾았다. 이는 강력한 제5공화국 헌법을 기초로 한 「드골」의 뛰어난 「리더쉽」의 덕택이었다.
그런데 「드골」이 일단 물러나고 현「퐁피두」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프랑스」정계의 장래는 결코 밝지 못했다. 첫째 이유는 「퐁피두」는 「드골」이 아니라는 것이다. 제5공화국 헌법은 「드골」에 맞게 만든 맞춤복 옷이었다. 그러니 이 옷이 「퐁피두」에게 맞을리 없다.
「프랑스」국민들은 「알제리」전쟁으로「프랑스」가 누란의 위기에 처했을 때 「드골」에게 대권을 위임하기 위해 만든 현행 헌법을 왜 안 고치느냐고 들고나서는 사람이 많다.
대통령 권한의 비대, 의회기능의 무력화로 상징되는 제5공화국 헌법의 존속은 「프랑스」지성인들에게 끊임없는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러한 헌법 논쟁에다가 장기집권에 대한 「프랑스」국민의 진력이 합쳐 『한번 바꿔 보자』는 군중심리가 크게 저변을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사·공 연합은 이번이 정권교체를 위한 절호의 기회로 단정, 사회당·공산당 사이의 정쟁을 멈추고 발을 맞추어 여당을 타도, 집권해 보자는 것. 그래서 사회당은 공동 강령에서 「프랑스」의 대기업체를 국유화하고 사회복지정책을 좀더 철저히 한다는 조항을 집어넣고 공산당은 「프롤레타리아」혁명 운운은 언제 그랬더냐는 듯이 감추고 저소득층의 임금인상, 정년퇴직연령 인하, 노동시간단축 등 달콤한 공약을 마구 나열했다.
국민들의 귀가 사·공 연합의 강령에 솔깃할 즈음 작년 여름 「프랑스」 전국은 정부 주변의 탈세·수해·부정이권 등 「스캔들」로 뒤통수를 한대 맞은 격이 되었다.
만일 이번 총선에서 좌익이 과반수를 획득하면 어떻게 될까? 「퐁피두」대통령은 사·공 연합이 미는 「미테랑」사회당수를 수상으로 임명하든지, 국회를 해산하든지, 아니면 자신이 물러나든지 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런데 이중 자신이 사퇴하거나 「미테랑」을 수상으로 지명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만일 「미테랑」을 수상으로 임명한다면 「퐁피두」는 사사건건 야당의회의 「체크」를 받아 제대로 대통령구실을 못 할 뿐만 아니라 대소, 대미, 「나토」 및 구주공동체 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따라서 「퐁피두」는 국회를 해산하고 재선거를 통해 국민의 지지에 호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두 번째 총선에서도 과반수를 획득하지 못할 때는 현 정권은 완전히 무너지고 「퐁피두」는 사임하고 「프랑스」정국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돌입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뚜껑을 열어 봐야 안다. 오는 4일 투표에서는 유효득표의 50%를 획득한 후보만이 당선된다. 최종결과는 1일의 2차 투표까지 기다려 봐야 안다. 2차 투표는 1차 투표에서 10%이상의 표를 얻은 후보자만의 대결이다.
「프랑스」여당의 승패는 2차 투표에서 판가름이 날것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집권당을 신랄히 비난하고 있는 중간·개혁파의 향배가 집권당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2차 투표에서 사·공 연합보다는 그래도 보수집권당에 표를 던질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 있는 것이다.
이들은 집권당의 독주를 한사코 막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막상 좌익이냐 우익이냐는 갈림길에선 우쪽으로 기울어질 것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프랑스」여당이 설사 중간파의 협조로 이긴다 해도 장기적 안목에서의 정치제도의 개혁과 정국의 개편은 불가피할 것이다. <장덕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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