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의 생활화를 위한 국악기 현대화 작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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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악기의 현대화 작업이 최근 국립 국악원을 중심으로 활발히 추진되어 1차적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재래의 음색을 미화시키고 음량을 확대시키는 동시에 규격화하여 국악의 생활화를 이룩하자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국악기는 재래식 수공업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악기마다 음량이 틀리며 온도와 습도에 약해 변질되는 결점을 갖고 있었다.
몇년전부터 이러한 국악기의 개량에 힘써온 국립국악원장 김기수씨는 최근의 실험결과 완성단계에까지 이르렀다고 말하고 오는 가을쯤에는 개량 국악기로 연주 발표회를 갖겠다고 말하고 있다.
국립국악원 촉탁연구원인 김지환씨(40)는 10년 전부터 이 국악기의 개량을 위해 사재를 털어가며 정열을 쏟아왔다.
인간문화재 신쾌동씨의 거문고 기능 전수자로 실기와 이론을 겸한 그는 재래 국악기의 결점을 개량해 나가면서 완전히 과학적으로 규격화하겠다는 것이다.
국립국악원은 현악기·관악기·타악기 중 현악기의 개량을 올해에 완성시킬 계획이다. 가야금·거문고 등 현악기의 줄을 재래의 견사를 재료로 더 정밀 정확하게 규격화시키고 제조공정의 기계화를 진행 중에 있다.
다음 단계로 원재료인 견사를 화학섬유로 바꿀 계획인데 화학섬유로 현을 만들면 음량이 배나 증대되고 온·습도의 영향 없이 더 맑고 깨끗한 소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현을 붙들어 매는 부들도 재래형태를 가지면서 늘어나지 않는 화학사로 바꾸는 방법과 양악기 같이 나사 식을 쓰는 방법도 연구 중에 있다.
현 다음에는 공명판의 개량인데 재래의 것은 통판을 그냥 말려 인두질을 함으로써 나무 결이 일정치 않아 음의 진동이 고르지 않았었다.
나무를 결에 맞춰 제재해서 고급 화학 접착제로 압축시키면서 진을 빼면 음의 진동과 공명도 잘되고 음량도 확대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화학적 처리를 하게되면 구하기 힘든 오동나무가 아닌 보통목재로도 충분한 음량을 낼 수 있으며 대량생산도 가능하게 된다.
다음 재래의 관악기는 모두 자연 생 대나무를 재료로 하기 때문에 두터움과 규격·강도 등이 고르지 않았었다. 제조과정이 어려워 전문가가 10개 만들어 마음에 드는 것 1, 2개가 나오면 좋은 성적이었다.
이 관악기의 재료를 대나무를 쓰지 않고 대나무의 강도에 맞는 합성수지로 바꿀 것을 연구 중에 있다.
관악기의 소리는 철성 보다 목성이 좋고 목성보다 죽성이 좋지만 대나무는 부패의 염려가 있고 온·습도에 따라 대가 터지거나 음이 변질되는 결점이 있었다.
국립국악원은 이미 몇 해 전부터 교육용으로 합성수지로 된 개량 단소를 만들어 효과를 보고 있다는데 합성수지는 변질이 되지 앉으며 음량이 커서 많은 인원의 합주용으로도 적합하다는 것이다.
또 대저 등 긴 악기를 휴대하기 편리하게 접을 수도 있으며 값싼 보급용을 만들어 국악의 생활화도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 타악기에 있어서는 가장 중요한 가죽이 온·습도의 영향을 제일 많이 받아 따뜻한 날은 팽팽한 소리가 나고, 흐린 날은 제소리가 나지 않는 결점이 있었다.
이 가죽을 합성수지로 바꾸어 더욱 맑은 소리를 얻고 여러 개의 부전(끈)을 죄고 푸는 불편을 간편하고 음의 조절이 쉬운 나사식으로 개량하는 것도 계획되고 있다.
김기수씨는 우리 국악이 전 세계적 특성을 가진 훌륭한 음악이면서도 국민들이 너무 무관심한 것은 애석한 일이라고 말하고 국악 발전을 위해서는 우선 악기의 개량으로 우리 악기에 애착을 갖게 하고 생활화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또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기타」는 대중화되어 있지만 국악기를 다루는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국악기 중 「기타」와 비슷한 월금 또는 관악기의 단소 등을 개발하면 얼마든지 대중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영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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