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클라우디오·아바도」의 신화|김만복<전 서울시향 지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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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구미 악단을 뒤흔들고 있는 지휘자 중 30년대의 태생으로 소위 「영·파워」라고 불리던 몇 사람의 지휘자들이 60년대 중순부터 70년대에 접어들어 세계악단에 거대한 위치를 구축했다.
즉 「쿨라우디오·아바도」 「주빈·메타」 「오자와·세이지」(소택정이), 이 세 사람을 가리켜 『젊은 3 총사의 출현』이라고 「비엔나」의 신문이 표현했었으며 이들이 이제는 세계 악단에 두각을 크게 나타냈을 뿐 아니라 현대를 이끄는 지휘자들로서 엄연히 군림한 것이다.
이 3인의 30대 지휘자 대열에 이들보다 몇 년 앞서 이름을 낸 「로린·마젤」을 포함시킨다면 이 4인 이야말로 현대 음악계의 가장 중요한 일익을 담당한 존재들이다.
그들의 참신하고 박력 있는 예술성, 현대감각과 고전적 예술미를 적절히 혼합시킨 젊음에 넘치는 음악성이 구미 악계를 주름잡기 시작한 것이다.
30대의 신예로서 구미 악단에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 것이 불과 몇 해 전의 일이었는데 이제 이들은 「유럽」의 살아있는 신화적 인물인 「카라얀」과 미국 악계의 우상적 존재인「번스틴」에 육박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이 두 거장의 위치를 이어 받을 것이 분명하다.
이들 중견 지휘자들은 불굴의 열의와 정열에 넘치는 젊음의 공통성 등을 가지고 있지만 음악적 기질은 물론 각기 특이하며 어떤 작품은 어느 지휘자에게 보다 더 적절하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 4인의 연습 또는 연주회에 필자는 비교적 많이 참가할 기회를 가졌었는데 이들 중에도「클라우디오·아바도」는 고전파 음악을 가장 정통적으로 파악하며 이를 오묘하고 정확하게 표현하는 그의 예술성에 깊은 인상을 받았었다.
그의 지휘에서는 어느 지휘자로부터도 감촉하지 못하는 우아함과 미려함이 청중들의 가슴속에 은은히, 그러나 깊게 파고들게 하는 감명이 있다.
「아바도」는 젊음에서 오는 과장된 표현을 견제하고 누구보다도 단정하고 참신함, 그리고 신선한 개성미를 직감적으로 안겨준다.
예를 들어 「로린·마젤」과 같이 대담 분방한 자기주장을 하지도 않으며, 「메타」 모양으로 거대한 「다이너미즘」을 통해 청중의 가슴을 오싹하게 하지도 않으며, 또 「이자와」 와 같이 현대적인 감각 또는 짜릿한 표현에 역점을 두어 자기의 개성을 음악을 통해 깊게 인상 받고자 하는 점이 「아바도」에게는 없는데서 오히려 그의 음악의 우아함과 청신함을 청중에게 안겨준다.
이와 같이 물기 있고 싱싱한 묘미를 지닌 그의 정감, 풍부하고 자연스러움을 간직한 그의 아름다운 음악성, 이것이야말로 「아바도」의 예술미의 특징일 것이다.
천성적으로 풍족하고 원만한 성품을 타고난 이러한 특색을 「아바도」는 「비엔나」에서 깊이 뿌리박고 육성시켰으며 현재 「비엔나· 필」에 몸을 담은 것은 그가 「오페라」의 본고장 「이탈리아」출생이지만 그의 성격과 천분이 오히려 음모의 「메카」인 「비엔나」적인 것이 그 원인일 것이다.
전기한 4대 젊은 지휘자 중 다른 3인은 이제 그 본거지를 미국으로 옮겨, 보다 더 화려하고 박력적인 음악활동을 추구하면서 세계 「오키스트라」와 연결을 맺고 있지만 「아바도」는 그 본바탕을 미국적 화려함보다는 음악의 정통적 고장이며 고전음악의 수도인 「비엔나」로 택한 것이다.
대부분 현대지휘자의 공통점인 「메커니즘」적 표현이나 과장된 박력과는 달리 「아바도」의 가슴에는 보다 더 따뜻하고 부드러운 예술성과 정감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러한 그의 음악성을 자신이 젊으면서도 정통적인 예술미와 잘 융화시키는 「아바도」 특징이야말로 그가 「비엔나·필」의 종신지휘자가 되게 한 충분한 이유일 것이다.
세계 3대 「오키스트라」의 하나이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색을 지닌 「비엔나·필」이 그 창립 1백 30주년기념 해외공연으로 오는 3월 서울에서 「아바도」의 지휘로 연주회를 갖게된 것은 우리들에게 있어서 역사적인 기회인 것이다.
특히 이번 서울공연의 「레퍼터리」는 「모차르트」 「베트벤」 「슈베르트」 「부람스」등 그들의 일생 혹은 주요 생애를 「비엔나」에서 보낸 악성들의 위대한 작품들로 되어 있다.
이 불후의 명곡들이 그 고장의 「오키스트러」이며 세계 제1의 음악성을 가진 우아한 「비엔나·필하모닉·오키스트러」를 통해, 그것도 청신 발랄한 표현과 「비엔나」의 고전 또는 낭만의 깊은 향기를 특징으로 하는 현대 지휘계를 이끄는 「아바도」의 지휘로 과연 어떻게 연주될 것인지 그 기대에 우리들의 가슴은 벌써부터 부풀어오름을 느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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