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주가의 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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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증권 시장에 상장된 자산 주 값이 뚜렷한 이유도 없이 계속 내리고 있어 주목을 끈다. 락희·한전·한국「타이어」·대한전선주 등이 2월에 들어서면서부터 약10∼15%나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등 해외증시의 일반적 동향은 주가의 속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만 이들 자산 주 값이 내릴 만큼 기업 전망이 어두우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올해 상반기의 경기전망은 작년 하반기 주가가 상승 할 때 보다 오히려 더 밝은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산주가가 내렸다는 것은 이제까지의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높았거나, 아니면 기업실적 및 전망에 관계없이 주가가 형성되고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문제는 주가가 내리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산주가의 변동이 격심하다는데 있다. 주가란 원래 오르고 내리게 마련이지만 뚜렷한 여건변동이 없는데도 불과 보름 동안에 10∼15%가 내렸다는 것은 결코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다.
이는 요컨대 그만큼 시장규제에 틈이 있어 책동의 여지가 있거나, 혹은 증시의 건전 육성여건이 미비함을 나타내는 것이라 하겠다. 증권투자엔 투기적·투자적·경영적 동기가 있어 사람마다 각기 다르겠지만 현재 우리나라서 가장 소망스러운 것은 투자적 동기이다. 투자적 동기에 의해서만 비로소 광범한 주식투자와 주식 대중화를 이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 있어서도 주식대중화는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이 긴요하다.
기업 장기자금의 안정적 확보와 일반국민의 저축수단 다변화는 주식대중화를 통해서만 이룩될 수 있다. 정부가 금년에 주식·사채를 통한 자금동원 계획을 작년의 2백27억 원 보다2배가 더 많은 5백억 원으로 책정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금년은 기업공개촉진법에 의한 주식의 강제공개까지 강행될 움직임이어서 다른 어느 때 보다도 일반국민의 증권투자에 대한 신뢰감이 필요할 때다. 기업체가 아무리 주식을 공개해도 일반 국민들이 사지 않으면 주식대중화는 이룩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엔 증권투자가 범국민적인 신뢰를 못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과거 몇 차례 파동을 통해 선의의 투자자들이 책동 전에 의한 주가격변에 말려 손해를 본 일이 많았다.
따라서 증권투자 즉 투기라는 선입견이 뿌리깊이 박혀있다. 이런 여건아래서 최근의 주가폭락은 일반국민들의 증권투자에 대한 경계심을 또 한번 자극하기에 충분한 요인이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작년 하반기부터 모처럼·조성된 증권투자「무드」는 깨어질 우려조차 있다. 기업 대중화는 주식공개 뿐만 아니라 그 유통·거래 면에서의 뒷받침이 있어야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몇몇 증권업자의 조작에 의한 주가책동은 제도적으로 봉쇄돼야 할 것이다.
또 작년의 주가폭등은 8·3조치 후의 급격한 유동성 팽창에도 한 원인이 있다. 대기자금이 증시로 몰렸기 때문에 이상주가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증시의 건전한 육성과 범국민적인 투자「무드」의 조성은 비단 증권 시책뿐만 아니라 유동성의 적정공급 등 전반적인 건전 정책 기조가 선행 돼야 한다.
이와 아울러 기업의 경영실적과 전망이 그 주가에 반영 될 수 있도록 기업회계의 공정성·경영자의 선의의 관리 등이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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