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의 평가절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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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은 12일 달러의 10% 평가절하 조치를 발표함으로써 월초부터 일어났던 달러파동을 수습하는 실마리를 풀었다.
당초 엥화와 마르크화의 절상으로 귀결되어질 것이라고 예상되던 이번 파동은 예상외로 달러의 평가절하로 매듭지어지게 되었다는 점에서 미국의 고자세는 일단 꺾인 셈이다. 그러나 일본의 엥화와 이태리의 리라화가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게 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미국이 달러의 절하조치와 더불어 관세인상 및 수입 코터제 재 실시를 위한 새로운 무역 법을 마련할 것이라는 사실 등으로 보아 달러의 평가절하 조치로 국제통화 파동이 완전히 수습된 것은 아님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다국 간의 평가조정 작업이 이루어질 것임은 분명하므로 이번 파동의 궁극적인 효과는 더 두고 보아야만 할 것이다. 우선 달러의 평가절하 조치는 IMF 구조면에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즉 IMF의 평가가 설정된 기타 통화는 일률적으로 10%가 평가절상 된 것과 같은 효과를 가진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평가가 설정되지 않은 통화의 경우에는 각 국이 어떻게 대응조정을 할 것이냐에 따라서 그 효과가 달라진다. 재무부 당국이 달러의 평가절하에도 불구하고 달러 환율을 변경시키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우리의 입장에서 본다면 달러를 제외한 모든 외환에 대해서 우리가 평가절하 한 것과 같은 효과를 갖게 된다.
다음으로 일본의 엥화는 또 다른 평가절상으로 연결되는 변동환율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며 이태리의 리라는 평가절하를 예상하는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셈이다. 또 영국은 변동환율제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므로 엥화와 EEC통화간에는 달러의 절하 효과 외에 소 폭 적이기는 하지만, 평가조정 작업이 불가피한 것임을 계속 주목할 필요가 있어 이들 통화간의 조정작업이 완결되어야만 이번 파동은 일단 수습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전체적인 조정과정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리라고 판단되는 것이나 당국은 우선 이미 분명해진 달러의 평가절하와 엥화의 변동환율제 채택에 따른 문제점을 깊이 있게 분석해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겠다.
첫째, 우리의 대 달러 환율을 조정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수출전망은 비 달러 지역 전체에서 유리해지는 반면, 비 달러 지역에서의 수입 코스트는 10%가 상승하게된다. 따라서 대미수입 의존 율이 30%미만인 수입 구조로 보아 평균 수입 코스트는 7%가 상승하게 될 것이다.
둘째, 우리의 외환보유고는 7억 달러는 대부분 달러로 보유되고 있는 것이므로 그 실질가치는 대미수입 의존 율 30%를 고려할 때 평균 7%의 가치 상실을 야기 시켜 근 5천만달러의 손실을 입게되었다.
세째, 우리의 외자도입 총액에서 비 달러·베이스로 도입된 것이 약 30억 달러 중 약 8억 달러 상당이므로 원금 상환 부담이 8천만달러 증가하는 셈이며 이자부담 증가도 3천만 달러는 하회하지 않을 것이다.
네째, 일본의 엥화 절상 폭이 어느 수준에 이를 것이냐에 따라서 우리의 추가부담도 달라진다. 달러가 10% 절하되었으므로 엥화의 대 달러 환율이 지금 예상되고 있는 것처럼 15%선 이상 절상된다면 우리의 추가부담은 앞에서 본 손실 외에 5% 이상의 대일 수입 코스트 추가 상승이 있게 되고 엥 차관상환 부담이 1천만 달러 이상 늘게된다. 따라서 5%의 추가부담은 수입 면에서 5천만 달러, 원리금 상환 면에서 1천만 달러 등 합계 6천만 달러에 이른다.
다섯째, 우리의 대미교역 관계는 달러의 평가절하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대응조정을 하지 않으므로 환율상의 변화는 없다. 그러나 미국의 평가절하가 미국의 인플레를 자극할 것이라는 점에서 대미수출은 늘 것인 반면, 대미 수입 코스트가 상승할 것도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반면 미국은 평가절하 효과 여부와 강세 통화의 추가 절상 여부에 따라서 수입 관세율의 인상, 수입 코타 제의 강화를 시도할 것이므로 우리의 대종 수출품이며 그 동안 코타 제 및 상살 관세부과 대상 논이 제기되고 있는 섬유류·신발류 등 수출전망은 예측을 불허하는 것이다.
끝으로 국내 경제면에서 수출입 인플레가 가속화 할 것임을 예상하여 안정정책의 방향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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