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곡 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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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태 기획은 8일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외국으로부터 사들이기로 한 양곡 도입 규모는 3백64만t이나 되어 이에 소요되는 외환은 모두 4억6천9백만「달러」라고 밝혔다. 또 그는 올해 물가 안정을 위해 종합물가대책을 주 내에 매듭짓기로 했음을 아울러 밝히면서 물가안정을 위해 상당한 규모의 수입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시사했다.
작년의 추곡수기고가 냉해 등 요인으로 평년작을 하회하는 2천5백만섬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에 양곡도입 규모가 상당히 늘어나리라는 것은 이미 예측할 수 있던 일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까지 지속된 이상 난동으로 도처에서 보리가 웃자라 동해를 입을 염려조차 없지 않다.
따라서 이같은 상황하에서 식량공급문제에 대한 특별한 배려는 어차피 불가피한 일이라 하겠으며, 때문에 식량 수입이 어느 정도 늘어나는 것을 현시점에서 덮어놓고 마다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모든 상품을 망라한 연간 수출액이 18억「달러」정도인 우리의 처지에서, 더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농업국이라 하던 우리가 그 수출 총액의 4분의1을 먹어 치운다고 해서야 말이 아니다. 이 시점에서 식량문제와 나아가서 농정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없어서는 아니 되겠다.
68년의 식량수입 규모는 1억2천만「달러」에 불과했던 것이 69년에는 2억3천만「달러」, 70년에는 2억6천만「달러」, 그리고 71년에는 3억2천만「달러」에 이르렀었다.
이러한 추세로 보아 68년을 고비로 하여 식량자급률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하겠는데, 이는 바로 농정체제의 재편성을 불가피하게 하는 단적인 증거이다.
여기서 우선 생각해야 할 것은 그 동안 주곡 중심에서 차츰 이탈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던 우리의 농정이 이제 다시 주곡 중심의 농정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 아닌지 하는 점이다.
다음으로, 양곡가격정책을 식량 증산과 소비절약이라는 각도에서 철저히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
당국은 물가안정 등을 위한 수단으로 손쉽게 양특 적자의 확대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으나 이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바람직한 일이 아님은 물론이다. 절대량이 모자라는 상황에서 상대적 고소득층인 도시 소비자에게 식량소비 보조금을 지급하여 소비를 조장하는 결과가 되는 상대적 저곡가 정책은 귀중한 외환을 잠식하는「마이너스」외에도 식량증산 요인을 억제하는 부담이 크다는 것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말하여 도·농간의 소득 격차를 완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식량가격의 상대적 고수준 유지정책보다도 더 나은 것을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소득격차를 줄이는 동시에 증산효과를 기하고 식량소비를 억제할 일석삼조의 이득을 회피하는 이유는 오로지 물가문제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양곡가격을 상대적 저 수준에 묶어 둠으로써 식량자급률을 떨어뜨리고 그 때문에 공산품 생산확대에 투입할 수 있는 수입기금을 잠식하는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을 때에만 타당할 것이다.
끝으로 곡 종간의 소재 구조 개선과 불요불급한 식량소비를 강력히 억제할 가격정책을 추진하기를 기대한다.
즉 우리의 농업구조로 보아 밀 생산의 증가는 그다지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쌀 증산은 아직도 기대 가능성이 많을 뿐만 아니라 수입가격에도 큰 차이가 있는 것이므로 쌀값을 대담하게 올려 현재보다 더 큰 가격차를 두는 방법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한편, 양정 문제에 있어 산조용 및 제과용 소비가 우리의 식량사정에 맞지 않을 만큼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그대로 묵과해서는 안 된다.
일시적이나마 이를 대폭 억제하기 위해서는 비록 조세수입에 상당한 결함이 생길 여지가 있더라도 임시 소비세를 부과하는 등 강력한 방법을 강구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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