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진박사(세브란스병원 소아과장)가 말하는 아기의병을 알아내는 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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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말못하는 아기가 어디가 아픈지 아닌지를 알아낸다는 것은 매우 힘든일이다. 대부분의 아기들은 몹시 불편하면 유난히 울거나 보채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것만으로 어떤 증세를 찾기는 힘들고, 또 아기들중에는 유난히 참을성이 많은 아기가 있어서 병이 어느정도 진행된후에야 엄마가 발견하고 놀라는수도 있다. 다음은 소아과전문의 윤덕진박사(세브란스병원 소아과과장)가 말하는 아기의병을 발견하는 방법이다.
아기의 병을 발견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엄마의 애정어린 보살핌에서 나온다. 늘 아기를 돌보는 사이에 엄마는 아기가 보통때와 어딘지 조금 달라보인다는 것을 느낄수 있게 된다.
기침·설사·고열까지 가면 누구나 탈이 난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엄마는 그 이전에 아기가 잘웃지 않는다든지, 잠을 자주 깬다든지, 기운이 없어 보인다든지 하는등의 사소한 변화를 발견하고 주의깊게 아기를 살피게 된다. 젖을 빠는 아기의 입이 뜨거워 열이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병원으로 데리고오는 엄마는 흔히볼수 있다.
엄마는 대개 다음 몇가지의 증세가 나타나면 병이 아닌가 일단 의심하고 주의하는 것이 좋다.
아기가 특히 보채거나 반대로 자꾸 졸거나 놀면서도 하품을 자주하는 것은 몸이 좋지않는 증거이다. 잠자다가 자꾸 깨고 우는 것, 눈에띄게 식욕이줄어 우유나 이유식을 않먹으려고 하는것도 마찬가지이다.
구토·설사·고열·콧물·기침·피부의 발진등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병의 증세이다. 경기를 하거나, 몸의 한부분을 움직이지 못하거나, 목이 갑자기 쉬는것등도 중요한 증세이다.
아기가 울면서 특히 다리를 배쪽으로 오그리며 운다면 배가 아픈것이고 다리·팔을 움직이지않고 몸을 붙인채로 울면 다리·팔이 아픈 경우가 많다.
이런 증세가 발견되었을 때 엄마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병원 전문의에게 데리고 간다는 것은 가장 안심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일일이 그렇게 하기에는 돈과 시간이 너무 든다고 생각하는 엄마도 있을 것이다. 우선 엄마는 위의 증세를 나타낸 아기를 조용히 쉬게 하면서 체온을 재어본다. 열이 섭씨38도 이상이면 병원으로 데리고 가야한다.
한밤중에 열이 높아지고 병원에 데리고 갈 수 없는 경우도있다. 그때는 방안을 따뜻하게 유지하면서 냉수(또는 95%의 「에틸·알콜」을 물과 반반씩 섞은것)에 적신 탈지면으로 아기의 다리·등·가슴등을 문질러주도록 한다. 그러면 아기의 괴로움이 한결 가셔진다.
아기가 토사를 일으켰을때는 아무것도 먹이지 않고 따뜻한 보리차만 먹인다. 물까지 토할때는 물도 주지 않는다.
여러 가지 무서운 병들도 시초에는 아주 하찮은 증세로 시작하는수가 많다. 폐렴도 신생아의 경우에는 열도 안나고 기침도 않하면서 걸리는 수가 있다. 덮어놓고 겁을 집어먹는것도 금물이지만 몇가지 의학상식으로 아기의 병을 멋대로 진단하는 것도 위험하다.
대체로 생후 1년미만의 아기는 건강문제를 단골의사에게 맡기고 늘 상의하는 것이 좋다. 이시기에는 여러 가지 접종과 예방주사, 황달등 신생아기의 많은 질병들의 위험성으로 꼭 정기진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기를 병원에 데리고가기 전에는 대변과 소변의 상태·횟수·4시간 간격으로 잰 체온등 엄마의 관찰자료들을 가지고가서 의사에게 보이는 것이 좋다.
전염병의 위험이 없더라도 아픈 아기의 옆에는 다른 아기들이 못오게하고, 아픈 아기는 조용히 쉬게해주되 안고 얼러주거나 장난감을 좋아하면 요구를 들어주며 기분좋게 보살펴준다. <장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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