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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튀는 일본의 「토지 국회」|「열도 개조론」으로 붐 탄 전중 내각 최대 골칫거리|<동경=박동순 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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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달 27일부터 개막된 일본의 특별 국회는 별칭 『토지 국회』라고 할 이만큼 토지 문제가 심각한 「이슈」로 등장, 여야간에 불꽃튀는 논전이 펼쳐지고 있다.
일본이 당면하는 토지 문제는 전국적인 가격 폭등과 이를 부채질하는 토지 투기, 도시 지역의 택지 부족 및 무질서한 개발이 유발하는 공해 현상 등으로 요약되며 한마디로 전역 일본 경제가 추구, 달성해 온 고도 성장의 후유증이 토지 문제에서 집중적으로 표면화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의 토지 문제는 『자칫하면 토지 문제가 「다나까」 (전중) 정권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있다』 (「가나마루」 (김환) 건설상)는 우려까지도 나오고 있다. 토지에 따라 상승률에 차이가 있으나 평균적으로 연평균 20% 내외, 특정 지역은 불과 2∼3년만에 10배 이상 폭등한 예가 허다하다.
그 결과 작년 말에는 드디어 평당 1천만 「엥」대 (원화 1천4백만원 선)의 「다이어먼드」 만큼이나 비싼 땅 (동경도의 「비즈니스·센터」에 있는 NHK 구관 대지)이 출현했으며 동경도 주변 땅값은 도심에서 쾌속전차로 한 시간 반이나 되는 지역이 평당 평균 10만「엥」 수준에 도달해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전문·비전문 기업을 망라한 법인들의 토지투자다. 관계 당국에 의하면 일본의 기업들이 수도권 주변에서 매입한 토지만도 수도권의 면적에 필적하며 전국적으로는 『전 국토의 몇%』라는 표현이 쓰여질 정도다.
심지어 최근에는 이러한 매점 현상이 매립 예정지인 바다에까지 손을 뻗쳐 당국이 매립을 끝낸 후, 매립 지역에 어업권을 갖는 어민에게 매립지를 분양하려는 계획에 착안하여 어업권을 사전 매입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하와이」를 비롯 호주 등지에까지 투자의 손길을 뻗음으로써 현지의 반발을 사고 있다.
토지 소유자가 해마다 소득세 최다 액 납세자로 등장하고 부동산 관련 기업이 한결같이 눈부신 신장을 기록하는 등 토지투자 지가상승 「붐」의 혜택을 누리는 계층이 나타나고 있으며 일확천금 한 인사나 기업은 대개가 부동산 관련사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이 상식처럼 통하고 있다. 일본의 택지개발 수익률은 주택지가 대체로 30%, 별장지는 40∼45%에 달한다. 때문에 지금 일본에서는 새로운 소득 격차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즉 기업주와 농민을 비롯한 토지 소유자가 고소득층으로 등장한데 비해 출혈 수출 등으로 해서 이윤 폭이 극히 작거나 적자인 기업의 『경상 수지』 기준으로 봉급을 책정, 지급 받는 「샐러리맨」은 택지가 상승의 압력까지 겹쳐 새로운 저소득층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올 들어서는 수도 이전론이 다시 검토되는가 하면 「다나까」 수상은 「간판정책」인 「일본 열도 개조론」에 따라 지역 분산 및 가용 토지 공급 증가를 기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제반 체제하에서는 대지진이나 혁명이 없는 한 수도 이전론은 탁상 공론에 불과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며 열도 개조론 또한 지가를 자극하고 지가 상승 및 공해 지역만을 확대할 뿐으로 그 효과가 의문시된다는 주장이 거세다.
사태가 이렇듯 심각하기 때문에 「다나까」 수상은 특별 국회 초의 시정 연설에서 『토지 문제는 일본 정치가 직면한 최대의 과제』라고 규정, 『헌법이 인정하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의 공익 우선적 토지 정책을 마련, 국민이 토지를 널리 또한 공정하게 이용토록 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테면 헌법상의 『사유 재산권』 조항과 『공공 복지에 적합한 재산권 행사』 조항 가운데 후자 쪽에 「웨이트」를 둔 토지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다나까」 내각은 「토지 대책 요강」을 확정, 관련법 개정 등의 절차를 추진 중인데 그 내용은 ①대형 토지 매매의 사전 계출제 ②개인 매매 및 개발을 제한하는 특정 지역 지정제 ③토지 보유세 신설 (매입가의 연 1·4%∼3%) ④속도 세율 인상 (최고 70%) 및 적용 대상 확대 ⑤농지의 택지화 촉진 조치 등으로 요약된다.
특히 「다나까」수상은 스스로가 많은 토지 투자 경력을 갖고 있으며 토지 매매를 에워싼 「스캔들」도 여러 차례 나타났던 만큼 「다나까」 수상의 토지 대책을 보는 국민의 눈은 「의혹」에 차 있다. 「일본 열도 개조론」과 합께 「붐」을 탄 전중 수상이 토지 문제로 수상직을 위협받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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