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술자리가 복병 … 내복 입고 반신욕 하면 도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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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비대증은 중년 남성의 골칫거리다. 소변을 봐도 시원하지 않고, 소변줄기가 약해지면서 괜히 마음도 위축된다. 특히 요즘처럼 한파가 이어지는 겨울철은 전립선비대증 환자에게 위기의 계절이다. 겨울에는 전립선비대증 환자가 평소보다 20% 늘고, 병세도 나빠진다.

사춘기 이후부터 평생 성장하는 전립선은 소변길(요도)을 둘러싼 장기다. 남성의 생식기능을 돕는다. 강북삼성병원 비뇨기과 조영삼 교수는 “전립선은 노화와 함께 비대해진다. 50대는 50%, 70대는 70%의 남성이 전립선비대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중년 이후의 남성이 소변줄기가 가늘어지거나 빈뇨가 있다면 전립선비대증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밤에 소변이 마려워 자주 깨는 야간뇨는 전립선비대증의 대표 증상으로 수면장애를 유발할 수 있어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겨울철에 증상이 나빠지는 첫째 이유는 추위다. 날씨가 추워지면 소변량이 늘어나고, 이런 상태에서 추위로 전립선이 수축하면 소변이 지나가는 통로인 요도가 좁아진다. 평소보다 소변 보는 것이 더 어려워지는 이유다. 조 교수는 “최악의 경우에는 소변을 한 방울도 보지 못하는 급성요폐 상태가 돼 응급실에 가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연말연시에 잦은 술자리도 원인이다. 과음은 소변량을 급격히 늘린다. 술이 이뇨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추위로 요도가 좁아진 상태에서 음주로 인해 소변이 많이 만들어지면 방광이 과도하게 팽창한다. 이는 방광의 마비증세를 일으켜 소변보는 것을 더욱 힘들어지게 만든다.

겨울철에 감기 치료를 위해 먹는 약들도 전립선비대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콧물을 억제하는 항히스타민 성분과 기침을 억제하는 에페드린 성분이 들어있는 감기약은 전립선과 요도의 이완을 방해한다. 전립선비대증 환자 중 빈뇨·요절박(갑자기 소변이 마려워 참을 수 없는 증상) 같은 방광의 과민성이 동반된 사람은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

전립선비대증을 완화하고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추운 겨울에는 내복을 입어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김세웅 교수는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교감신경이 과민해지는 것을 막아 전립선 수축을 예방한다”고 말했다. 감기약을 먹어야 할 때는 의사에게 전립선비대증이 있다고 미리 알려 항히스타민·에페드린 성분이 빠진 약을 처방받는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경직된 근육 등으로 배뇨가 어렵다면 20분 정도 반신욕을 하면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 노인성 질환인 만큼 특히 장년층 이상은 전립선비대증이 있는지 확인하고 겨울철에 병을 악화시키는 요인을 피해야 한다.

전립선비대증 진단을 받으면 술도 삼가는 게 좋다. 카페인 성분이 많은 커피·녹차·홍차도 이뇨작용을 촉진해 방광을 자극하므로 좋지 않다. 김세웅 교수는 “겨울에는 평소에 문제가 없던 사람에게도 배뇨장애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나이 때문이라고만 여기지 말고 원인을 찾아 적절히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t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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