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의술로 의료 신흥시장 중앙亞 공략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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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호 18면

신준식 자생한방병원 이사장이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있는 국립의료원 산하 내과병원에서 척추환자의 목 부위에 침을 놓고 있다. 박재현 기자

한국 한의학의 가능성과 잠재력은 자생한방병원 의료진이 12월 초 방문한 카자흐스탄 현장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자생한방병원, 카자흐스탄서 무료 진료

이 병원 신준식(62) 이사장은 지난 3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있는 카자흐스탄 국립의과대학이 주최한 제3회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해 척추관절 질환의 한방 치료법에 대해 특별 강연을 했다. ‘세계 의료·보건 산업의 발전을 위한 협력방안’을 주제로 열린 이 콘퍼런스에는 미국·영국·러시아·이탈리아 등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의료진과 보건당국자 1200여 명이 참석했다. 신 이사장은 특별 강연에서 한국 한의학의 특성과 자생한방병원의 비수술 척추 치료법을 소개했다.

신 이사장이 밝힌 치료법은 추나수기요법과 동작침법이다.

추나요법은 특수장비 또는 한의사가 자신의 몸을 이용해 환자의 틀어진 뼈와 근육을 정상적인 위치로 환원시킴으로써 통증을 완화시키고 척추에 쌓이는 비정상적인 스트레스를 개선하는 치료법이다. ‘추나’의 ‘추’는 ‘밀 추(推)’, ‘나’는 ‘당길 나(拿)’다. 추(推)법은 밀어서 뼈나 관절을 조정하는 방법을 말하고 나(拿)법은 두 손이나 한 손으로 환부를 잡고 당겨서 고착된 관절을 열어주고 서서히 연부조직을 풀어주는 방식이다. 딱딱하게 뭉쳐 있거나 굳어진 근육을 풀어주는 방법으로 질병의 원인을 해소함으로써 인체의 자연치유력을 회복시켜 준다는 뜻이다. 환자 스스로 병을 치유하도록 하는 자생(自生)의 의미가 포함돼 있다.

동작침법(Motion Style Acupuncture Treatment)은 통증질환에 응용되는 자생한방병원의 고유 침법으로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통증이 있는 환자들에게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는 치료법이다. 동작침법은 통증을 일으키는 부위와 관련된 경혈에 침을 놓은 상태에서 환자를 움직이게 하는 방법으로 긴장된 근육을 풀어줘 통증을 제어하는 요법이다. 이 같은 치료법은 SCI급 국제학술지 등에 소개됐으며 기존의 의료학계에서도 효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신 이사장을 비롯한 병원 의료팀은 알마티의 카자흐스탄 국립의료원 산하 내과병원을 시작으로 아스트라·아티라우 등을 돌며 중증 척추질환 환자들을 상대로 무료 한방 진료를 실시했다. 주로 허리와 골반·무릎 질환 때문에 한국 의료진을 찾았던 이 지역 주민들은 대체의학으로서의 한의학에 만족감과 놀라움을 표시했다.

자생한방병원 안영주 이사는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카자흐스탄 환자들은 1600여 명으로, 이 나라 국민이 매년 의료관광에 지출하는 비용은 2억 달러로 추산된다”며 “한국의 한방 기술이 호응을 받을 경우 국위 선양은 물론 외화벌이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자흐스탄은 석유와 가스가 개발되는 자원 강국으로 국가 경제성장률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국가와 아랍에미리트 같은 중동 국가는 현지 의료 수준이 낮아 해외 의료관광에 대한 욕구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이 지역 국민은 척추질환에 대해서는 수술을 하지 않고 치료를 받는 방법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국가는 세계 의료관광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분석된다.

카자흐스탄 아티라우에서 ‘플라네타’라는 의료관광 알선업을 운영하는 베케노바 로사(44·여) 대표는 “많은 나라에 의료관광을 중개하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비자를 발급받기 쉽고 가격 대비 치료효과가 커 특히 인기가 좋다”며 “우리 업체의 소개로 한국행 의료관광을 떠나는 사람이 매년 100명은 넘는다”고 말했다. 한국 한의학이 수술을 하지 않고도 척추 등 관절 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이 지역 병원 관계자는 물론 고위 공무원들과 기업인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생한방병원은 지난해 대비 러시아권 환자는 50% 이상, 중동 지역 환자는 30% 이상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내년에는 중동 지역을 찾아 한방시술을 실시할 계획이다.

신준식 이사장은 “현지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한방 의료기술과 대표 병원을 선별해 육성하는 방법으로 한국만의 고유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해외 의료진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들 국가에 진출하는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정책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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