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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국제적 파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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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월남휴전협정의 성립은 이 전쟁이「인도차이나」반도 민족의 이해만이 얽힌 단순한 국지전이 아니라 미-중-소 3강이 깊숙이 개입한 전쟁이었다는데서 앞으로의 국제정치조류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 예상된다.
월남전으로 미뤄졌던 갖가지 국제문제들은 직접·간접으로 이들 3강국의 범세계적인 전략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소-중 동남아진출 필지>
이미 궤도에 올랐던 화해·공존의 국제정치도식은 월남전의 해결로 한층 굳어질 것이 예상된다. 미-소의 엄청난 물량공세로도 어느 일방의 결정적인 승리가 없어 강대국개입의 한계가 운위되기는 했으나 관점에 따라서는 이들 국가의 화해·공존의 도식에 맞추어 휴전협정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강국들의 화해·공존정책이란 현상 고정화라는 테두리에서 모든 국제문제를 해결하려는 현실주의적 발상이다.
이러한 발상은 국지전이 있을 경우 강국간의 총들을 회피할 수 있도록 전쟁의 확대를 방지하자는 논리와 연결된다. 이 논리는 국지전은 현지 당사자들끼리 해결해야한다는 국제정치철학으로 발전, 이번 월남휴전협정이 난적으로 상징해 주고 있다.
미-소 공존, 미-중공화해, 중-소 대립으로 특징지어지는 3강국의 관계는 이러한 논리를 바탕으로 국제문제에 투영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대국의 논리」는 아울러 주변당사국에 심각한 반응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태국의 정섭, 「필리핀」의 계엄령, 「이집트」의 소련인 추방조처는 이러한 반응의 예로 설명할 수 있다.
즉 공존·화해의 추세에 따라 미국이「아시아」로 부 터의 개입을 축소하는 한편 상대적으로 중공-소련의 동남아진출가능성이 높아지며「아시아」각국에서도 이에 상응하여 국내체제강화 조처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미 동맹체제 계속 존치>
이러한 태도는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외교 면에서도 동남아각국이 대국의 ?단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남아연합(ASEAN)을 통한 공동대응조처강구 움직임으로 성숙되고 있다.
「아시아」에 대한 강대국의 진출은 소련의 정치·군사적인 진출, 일본·중공의 경제적 진출이 뒤얽혀 복잡한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일본을「시베리아」 개발에 끌어들여 소련에 편향시키려는 소련의 구상은 인도·「방글라데시」, 동남아의 인도양, 태평양 권에 대한 중공의 남진을 저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수년 전부터 소련이 제안해온「아시아」집단안보구상공세는 더욱 열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중공은 소련의 대 중공 봉쇄구상에 대해 미국과의 화해추세를 토대로 동남아각국의 의구심을 덜어버리기 위해 이른바『민족해방』을 위한 혁명수출전략을 접어두고 유화「제스처」를 쓰며 경제원조를 통한 진출을 꾀할 것이 예상된다.
미국은「닉슨·독트린」에 의한「아시아」로부터의 철군을 서두르고 있으나 이 지역에서의 군사력균형이 파괴되는 것도 원치 않을 것이다.
영국군이「수에즈」이동에서 철수한 뒤의 공백을 소련이 진출하여 메우고있는 전례에 비추어 비록 지상군의 노골적인 개입은 없더라도 일본의 해군기지, 태국의 공군기지를 중심으로 한 해·공군에 의한 억제력은 존속시키려 할 것이다.
따라서 당분간은 정세의 흐름을 관망하는 뜻에서 미-일 안보체제를 비롯, 유명무실하게 된「뉴질랜드」·호주와의 ANZUS, SEATO등 군사동맹체제도 명목상이나마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남 못지 않은 분쟁지역으로서의 중동에서 미-소는 공존체제의 바탕이 되는 현상유지정책을 계속할 것이다. 그러나 국제부대에서의 영향력 행사를 위해 발돋움하고 있는 중공은 이를 대국주의에 의한 약소민족탄압이라고 집요하게 공박할 것이다. 이러한 중공의 움직임은 특히 소련을 겨냥할 공산이 짙다.
지난해 소련이「이라크」와 우호협력조약을 맺고 소련함대가「페르샤」만에 진출하자 중공은 뒤이어「이라크」와 적대관계에 있는「이란」에 석유사절단을 파견하는 한편 소련의 군사원조를 받고 있는「시리아」와 경제기술 협력방안을 토의한 것은 바로 대소견제의 포석인 것이다.
당사국인「아랍」국가와「이스라엘」의 태도는「이스라엘」의 경우, 미국의 현상유지 정책을 추종할 것이며「이집트」의 경우에도 국내 정 정의 불안에 국민의 개 전 압력이 가중되지 않는 한 최악의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유럽」에서는 안보회의·상호균형 감군·전략무기 제한회담 등 미-소의 협조를 중심으로 한 긴장완화추세가 더욱 강화될 것이다.

<미, 서구관계 개선 주력>
미국은 월남전을 매듭지어 일단「아시아」에서의 현상고정상태에서 눈을 돌려 서구국가들과의 관계개선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구주공동체를 중심으로 경제적 발전을 이룩하고 있는 서구국가에 대해 대미 무역장벽 완화교섭을 적극적으로 벌여 미국의「달러」신용회복을 꾀할 것이다. 아울러「유럽」 주둔 미군의 감축방안을 모색하며「유럽」국가에 대해서도 이미「아시아」에서 실현되고 있는 동맹국의 책임 분담문제를 거론 할 것이 예상된다.
월남휴전은 일종의 미-소 간접전쟁을 종결시키고 공존체제를 강화시켜주기는 했으나 중-소 대립을 더욱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월맹에 대한 지원을 명분으로 한 중-소 양국간의『최후의 형제적 연관성』은 소멸되어 소련은 북경정권에 대해 경직화된 자세를 보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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