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채 인수할 동경「달러」시장|기채 내용·방법등 그 현황을 알아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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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동경=박동순 특파원】작년 하반기부터 세계 각국의 일본 내 기채 움직임이 급작스럽게 활기를 띠기 시작, 기채 내용도 극히 다양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첫째 기채 자가 당초의 국제금융기구 일변도에서 벗어나「오스트레일리아」·「멕시코」국채,「캐나다」「퀴벡」주 채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둘째 이러한 국제금융기구 채 및 국·주 채가 공모방식에 의해 발행되는 것과 병행해서 사모방식도 등장, 다양한 기채 자들이 사모 채를 발행하고 있다. 그 예로서는 구주투자은행, 「임피어리얼·케미컬」(ICI),「덴마크」의「코펜하겐」지방정부,「리베리아」의「훼어웨이·탱커즈」등이 있다.
공모 채가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거액을 계속 기 채하는 방식이며 따라서 일반적으로 공공적 성격을 띤 기채 자가 이 방식을 이용하는데 비해 사모 채는 소화대상이 특정(일본의 경우는 50인 미만)된 채권이며 따라서 개별기업 등에 의한 소규모 기채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세 째 채권을 인수하는 일본측 금융기관이 자금 운용 면에서 융자와 유가증권투자를 균형화 하는 방법으로서 채택한「패키지」(Package)방식 (혼합방식)이 있다.
이는 사모와「신디케이트·론」(Syndicate Loan=협조융자)을 손용 하는 것으로서 예컨대 「이란」의「내셔널·피트로케미컬」에 대화·주우 은행이 5천6백만「달러」를 사모 채와 협조융자로 구분, 지원했으며「이탈리아」의 정부 계 금융기관인「ICIPU」에도 같은 방식이 적용됐다.
넷째 이러한 협조융자를 일본의 금융기관만이 공동으로 담당하는 방식 이외에 미·일·영 등 8개국의 34개 은행이 공동 융자하는「다국적 협조융자」방식도 나타나고 있으며 채권의 종류 역시「달러」「엥」화 표시이외에 응모자의 환「리스크」를 막고 기채 자는 통화불안 속에서도 저리로 거액을 기 채할 수 있게 하는「서독마르크화 선택 권부 달러표시가」라는 것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렇듯 활발한 대일 기채 활동에 편승, 일본의 은행·증권회사 등은 다양한 구성의 인수 단을 조직, 대처하면서 한편에서는「뉴요크」「런던」시장과 함께「싱가포르」의「아시아·달러」시장과도 연 관을 맺기 위해 외국금융기관과의 공동인수 단 구성을 비롯, 동남아 등지에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등의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번에 산은 채를 인수하려는 일본의 야촌 증권과 미국의「메릴·린치」(Merrill Lynch)등은「홍콩」에「트라이던트·인터내셔널·파이넌스」를 설립, 다국 간 중장기 금융 및 인수업무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야촌·산일·일흥·대화 등 4대 증권회사는 지금까지 일본에서 발행된 거의 대부분의 공사모채 인수에 참여해온 외채인수의 주역회사들이며 따라서 이들 회사들이 산은 채를 인수키로 한 것은 한국의 금후의 대일 기채 가능성을 가늠해주는 하나의 유력한 시사가 된다.
일본의 금융계는 지금「싱가포르」에서 급성장하고 있는「아시아·달러」시장과 밀접한 상호보완관계를 갖게될 동경자본시장이 멀지 않은 장래에 본격적으로 확대되리라는 전망 밑에 다각적인 포석을 펼치고 있다.
「아시아·달러」시장의 규모는 71년 말의 10억「달러」가 72년 말에는 일약 30억「달러」로 1년만에 3배가 됐으며 따라서 잔고 3억「달러」의 동경「달러·콜」시장은 아직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하며 특히 6∼7백억「달러」규모의「유로·달러」시장과는 아직도 거리가 멀지만 자금 구성 면에서 밀접히 연관되는「싱가포르」및 동경시장을 망라하는 광의의「아시아·달러」시장이 앞으로는 괄목할 신장을 이룩하게 될 것이 명백하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산은은 우선「아시아·달러」시장에서 기채 실적을 기록,『국제금융시장기 채 실적이 없으면 일본 내 공모 기채를 인가하지 않는다』는 일본대장성의『「엥」화채발행기준』에 관한 장벽을 뚫어 일본 내 기채의 자격을 정비한 다음 2단계로 본격적인 대일 기채에 착수하려는 포석이며「싱가포르」∼「동경」자본시장의 연관성에도 배려한 흔적이 엿보인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의「포드」·GMC등 유력한 민간기업에 의한 일본 내에서의 사채발행계획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한국의 대일 기채도 정부·정부투자기관 등의 경로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민간기업에 의한 대일 기채로 까지 발전해갈 가능성을 예상할 수가 있다.
물론 그러한 외국의 다양한 대일 기채 방식이 정착화하자면 발항시장에 더하여 인수채를 상장 매매할 수 있는 등의 일본의 유통시장이 형성돼야 하며 공모 기채 절차가 재정비 완화되고 은행·증권회사 일변도의 인수체제가 일반 투자자에 의한 인수로 저변이 확대돼야 한다는 등 일련의 과제를 먼저 해결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일본의 제약이 많은 기채 환경은 일본정부의 자본시장 육성에 대한 소극적 자세 때문이다. 그러나 장차는 불가피하게 「자본시장국제화」를 향해 제반환경을 정비해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적 추세라고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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