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상 부문 당선 김태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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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만약 완전히 도덕적이며 이상적인 사회가 실현된다면, 도덕 또는 가치관에 관한 학설이나 논문은 필요가 없을 것이다. 도덕 내지 가치관에 대한 논문으로 상을 탄다는 것은, 사망자가 많아서 돈벌이가 잘되는 장의사의 경우를 연상시킨다. 당선의 소식을 들었을 때, 기쁨보다도 쑥스럽고 우울한 느낌이 앞을 선 데는 또 한가지 이유가 있다.
「상」이라는 말에 붙어 다니는 어떤 고정관념에서 연상이 신경에 걸리는 것이다.「저작 상」이라는 이름대신「연구비」라는 이름이었다면 마음은 훨씬 가벼웠을 것을-.
윤리 내지 가치관의 문제를 다루면서 공동연구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으며, 공동연구의 시초로서 소규모의「서클」활동을 구상해보기로 하였으나 경비관계로 실천에 옮기지 못하였다.
부상으로 주는 금액으로 그「서클」활동을 위한 기금의 일부가 마련되는 것을 생각하면 대견하기도 하나, 최소한의 기금의 부족액을 또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만사에 돈이 앞서야 하는 오늘의 세상이 역겹다.

<약력>
▲1920년 충북 충주 출생
▲45년 일본 동경 대 중퇴
▲47년 서울대 문리대 철학과 졸
▲60년 미국「존즈·흡킨스」대 대학원졸(철박)
▲61년 연세대 부교수
▲62년 서울대 문리대 교수 저서「윤리학」「윤리학 개론」「웃는 갈대」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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