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노벨」문학상수상|시인「생·종·페르스」전집출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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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파리=주섭일 특파원】새해 초「프랑스」문단을 흥분시키고 있는 큰 경사는 금년 86세의「노벨」문학상수상시인「생·종·페르스」의 전집출판인 것 같다. 도시의 소음을 떠나 지중해의「지앙」이라는 한 섬에서 바다와 같이 조용히 여생을 보내고 있는 그는 그의 시는 물론「에세이」서한 등에 이르기까지 총1천4백64「페이지」에 달하는 전집이「가리마르」사에서 출판되어「발fp리」도「크로델」도 결코 누리지 못한 특권을 생전에 누렸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생·종·페르스」란 누구인가? 세계의 가장 위대한 시인들-「지드」「발레리」「크로델」「엘리어트」「브르통」과 함께 지평선상의「스핑크스」처럼 존재하고 있는 인간』이라고「앙드레·브렝쿠르」가「피가로」에서 쓰고있으며『그는「빅토르·위고」처럼 세계의식의 수임 자도, 「루이·아라공」처럼 인간애의 표본도, 「폴·엘류아르」처럼 자유의 찬미 자도 아니다』라고「렉스프레스」의「마티르·가레」가 평가했듯이『전도사와는 전혀 반대되는 한 사나이이며 오직 살기 위해 시를 쓰는 한 사나이』인 것이다.
1960년「노벨」문학상이 그에게 돌아갔을 때 세계뿐만 아니라「프랑스」도 그가 어떤 시인이냐고 서로 물어볼 만큼 시인의 영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으며 이번 전집이 나오면서 똑같은 의문이 제기된 것은 흥미로운 주목거리가 아닐 수 없다.
12년 전의 의문은 그가 어떤 시를 썼기 때문에「노벨」상을 받았느냐는 문학 내적인 것이었으나 이번에 나온 의문은 그의 인간자체에 대한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전집에 수록된 수많은 작품 속에서 영국의 작가「조셉·콘래드」와 바다의 문제로 긴 서한을 이미 1920년도 초기에 나누고 있으며 또 1917년 1월3일자로「필립·베르트로」에게 보낸 서한 속에서 배경이 공산주의로 나아가게 되리라는 암시를 발견하게 됨으로써 그의 또 다른 한 면을 엿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1911년에 이미「찬사」란 시집을「앙드레·지드」의 추천에 의해 출판해 시인들로서의 천재성을 보였지만 또 그후「크로델」의 추천에 따라 불 외무성의 관리가 되어 중국에서 외교관으로 지낸 사실이 밝혀져 탁월한 외교관으로서도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그는 바쁜 외교관 생활 속에서도 문학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으며 오늘날 그가 지중해의 물결과 일생을 함께 하듯 중국대륙에서『바다와 함께 산다』는 의식도 결코 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번에 처음 공개된 l92l년2월26일 배경에서「콘래드」에게 보낸 서한에서 밝혀지고 있다.
『당신은「멜빌」처럼 뛰어난 바다의 작가에 있어서 보다 더욱 위대한 모험의 정신을 발견하게 해 주었습니다. 내가「토스토예프스키」와 「투르게니에프」에 대한 나의 격정을 폭발시킨 것 또한 잘 이해할 것입니다. 당신의 가장 친근한「프랑스」작가가「몰리에르」와 「에밀·졸라」라고 나에게 고백했을 때 나 역시 놀랐던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나에게 있어서는 당신이 바다의 유일한 시인이라는 사실을 뜨겁게 되풀이합니다….』
그에게 있어서는「고비」사막의 유목민들의 포장마차조차 흰색 돛을 단 배로 보였으며 황을 일으키는 거센 바람도『대해의 울음소리』로 들렸으며 들이나 바위조차 소라고동과 산호로 생각했다.『중국은 분명히 바닷사람에게는 부적합한 나라입니다.
중국 칠장이의 마지막대가족은 황하의 먼지를 피하려고 바다에서 살아야한다는 사실을 증오했습니다. 사실중국은 전체가 먼지뿐입니다. 바람이 일으키는 먼지의 대해입니다….』 1942년「프랑스」가「나치」의 폭력에 짓밟혔던 암흑기에 그는 미국에서『망명』을 출판, 그후 외교관을 청산하고「노벨」수상 때까지 정력적인 시작을 계속했다.
『될 수 있으면 암흑 속으로 좀더 멀리 가보는 것이 문제이다.』그는 오늘 끝이 없을 것 같은 바다를 바라보며 이같이 말한다. 그는 또『시인은 불 가지와 예감에서 아마도 철학을 능가한다. 시인만이 신비라는 영역으로 이끄는 환상적인 경지에 도달한다』고도 주장한다. 그는 지금도 밤마다 작품을 쓰며 아침이면 침대 곁에 가득 쌓인 원고지를 주워 모아 조금 씩 조금 씩 정리해 나간다고 한다.
바다와 신비, 그리고 환상-현대에 있어 신비주의가 무용이라고 평가하는 비평가가 허다하지만 이번에 그의 전집출판을 계기로 그의 시뿐만 아니라 인간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내려지게 될 것으로 믿어진다. 그는 지중해 속에서 신비를 끝까지 탐구하며 영원히『나는 내 자신을 위해 쓴다』고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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