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텡」여사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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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안나·텡」은 일본 대판 태생이지만 한국에도 와서 국립 교향악단을 지휘 한바있는 중국의 지휘자「텡장궈」(등창국) 교수의 부인으로 현재는 대북에 정착하고 있는 여류「피아니스트」이다.
잘 닦아진 기교나 자연스런 연지, 그리고 맑은 음감 등 근의 아름다운 응모와 더블 그의 음악이 지극히 청초하고 신선하다는 인상이 강하지만 무엇보다 그의 특징은 우미한「스타일」에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단지 곱게만 친다는 한계에 머무르지 않고 감각적이면서도 환상적인 분위기를 「피아노」의「소노리티」를 통해 조성해주는 색다른 체질을 가지고 있고, 또 이것이 그의 매력이 되고 있다. 이를테면「드뷔시」의『물 그림자』나 『달빛』같은 데에서도 색채감은 적지만 유화한 가운데 환각의 세계로 끌고 간 점이나「소펭」의 「왈츠」에서 화려한 면보다는 섬세한 감각을 새겨준 점등을 들 수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체질이 모든 작품에 타당성을 가질 수는 없을 것 같다. 구성력이나 내용성의 표출이란 입장에서 볼 때 역시 의지 굳은 추구력이나 심각한 정신구현의 주장이 다소 약하고 박구하는 호소력이 그다지 큐지 못한데서 감동의 폭이 좁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베토벤」의「피아노·소나타」(발트스타인)에서도 깔끔하고 곱기는 하지만 기질이 굳지 못하고 구성의 취약성과「뉘앙스」의 진폭이 크지 못해 설득이 미흡했다는 점을 들 수가 있다.
그러나 그의 우아하고 품위 있는 음악성은「모차르트」의 「피아노·소나타」(터키 행진곡)에서 가장 감명 깊게 느낄 수 있었는데 명쾌한 음악으로 단아한 격조를 노래해주어 산뜻한「모차르트」의 구매를 맛볼 수가 있었다.
김형주<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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