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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품 가격정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수입원자재의 국제시세가 앙등하더라도 국내제품가격 인상은 불허하는 방침을 고수하며 불가피한 경우라도 간접지원방안을 강구하여 가격인상을 막기로 했다. 또 자동차·TV·「에어컨」· 선풍기등 내구소비재원의 수출경쟁력을 제고시키기 위해서 이들에 대한 물품세율을 현행보다 20%∼30%인하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한다. 물가문제에 직결되고 있는 이들 두가지 방침이 어떻게 구체화될 것인지 확실치 않으나 미리 그 문젯점들은 정밀히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물품세율을 낮춤으로써 내구소비재의 국내소비를 촉진시키는 정책은 여타정책과의 조화를 깨뜨리지 않도록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즉 물품세율을 낮춤으로써 국내소비를 자극시킨다면, 양산체제에 도움을 주어 「규모의 이득」이 발생케 된다는 장점은 물론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그 반면, 국내소비를 촉진시키는 것은 그만큼 국내저축률을 저하시킨다는 뜻이 되므로 고율투자·고율성장을 촉진하는 유신경제정책과 잘 조화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이 경우 대량소비에 따른 양산체제의 확립으로 수출경쟁력이 얼마만큼 제고될 것이며, 또 그 국민경제상의 이득이 저축률의 저하에서 오는 불이익보다 얼마나 크냐하는 점이 분명히 평가되어야할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그 득실에 관한 과학적인 분석을 거쳐서 선택을 해야할 것이다.
다음으로 수입원자재 가격대책에 대해서도 깊은 검토가 있기를 희망한다.
8·3조치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물가상승률을 연율 3%선으로 눌러야한다는 명제는 충분히 수긍되는 바이다. 그러나 수입원자재 가격상승같은 일종의 여건변화를 딴 방도로 지원하려한다면 이는 경제적인 합리성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또 그러한 방법이 일시적으로 불가피하더라도, 장기간으로 끌고 나갈 성질의 것은 아니며. 그 지원비용 또한 가격인상허용보다 적지 않은 것이 될 것이다.
첫째, 간접지원이 원자재 가격상승분을 충분히 보상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당해기업은 적자요인이 누적되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금융기관 의존률이 급속히 증가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물가상승률을 억제하는 이득을 대가로하여 금융자금의 부실이용이라는 손실을 파생시킨다. 그러므로 여기서도 어느 쪽이 국민경제를 위하며 바람직한 것인가 잘 판단해야 할 측면이 있다.
둘째, 수입원자재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함에도 불구하고 국내가격을 묶어 두는 것은 비싼 원자재로 제조되는 제품에 대해서 소비보조금을 주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가격을 묶어 두어 소비를 상대적으로 촉진시키고 외화를 낭비시키는 것이 옳으냐, 아니면 가격상승을 허용해서 소비의 상대적 억제와 외화소비 절약을 기하는 것이 옳으냐를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요컨대, 경제정책에 있어 절대적인 선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하나의 득이 있으면 하나의 손이 파생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선택관계에있는 경제정책은 항상 적은 손실만을 감수한다는 탄력성을 내포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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