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한가하게 혼자 거리를 걸을 때가 였다. 그럴때 문득 발을 멈추고 머릿속에서 사람을 생각해 본다. 차 한잔 함께 나눌 사람이 누가 없을까 하고. 진후 좌우를 둘러보아야 소음과 차량과 행인들의 길주뿐, 그속에서 차 한잔함께 나눌 사람의 얼굴은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떠오를듯 떠오를 듯, 막연하게 맴도는 A,B,C,D,E… 그들은 과연 누구일까? 그리고 어디 있을까? 나는 번번이 그누구도 끝내 찾지 못하고 계속 길을 걷는다./ 우리 집에는 책이 많이 쌓여있는 방이 하나있다.서재라기보다는 몇개의 기념품과상패, 그리고 누가 그렸는지 모를 그림들과 빈 사진첩들이 책과 함께 무질서하게 쌓여있는 잡동사니의 방이다. 학생 때부터 사 모은 문학서적과 각종 헌잡지,백과사전, 그리고 무수한 증정품들이 오랫동안 잊혀진 채로 잠들고 있다. 나는 그것들을 너무 오랫동안 팽개쳐 두었던 것이다. 정리가 안되어 문을 닫아두었던 그 방 한구석에 나는 바로 며칠 전 접는 책상 하나를 세워 놓았다. 그리고 틈이 나는데로 그방을 들락거린다. 그 방에만 들어서면 나는 한길 한가운데서 누군가를 찾던 똑같은 경험을 한다. 누구더라? 누구의 무엇이더라? 그러나 한길에서는 끝내 떠르 지않던 사람들의 얼굴과는 달리 책은 머릿속으로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온다. 책장구석 먼지속에 깔려있을 「랭보」「말라르메」, 여러종류의 역사책과 수많은 고전들... 그 방속에 끼여 있으면 불안과 회의와 모든 불쾌한 일들이 불시에 사라진다. 그 속에서 나는 생에 대한 경의심도 가질수 있고 능동적으로 생에 대한 도전도 할수 있기 때문일까. 나는 자유로와 질 수있다. 올해에는 밖에서 서성거리는 시간을 최대한으로 줄여 사정이 허락하는한 그방에 갇힐 생각이다.그보다 더 큰 계획이 하나 있다. 우리부부는 이해부터 새벽 산보를 하기로 친구들 앞에 공약(?) 을 했다. 실로 획기적인 계획이어서 과연 어떨는지 그 점은 아직 단언하기가 어렵다.
더많은 시간을 서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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