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 선거」 막는데 주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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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로 제정·공포된 국회의원 선거법은 「돈 안 드는 선거」와 국회의원이 선거구에 얽매이지 않도록 하려는데 주안점을 둔 것 같다.
정부 수립 후 여덟 번의 국회의원선거를 치르는 동안 선거의 과열로 인한 타락 현상이 점차 현저하게 나타났던 것이 사실이다.
새 선거법이 성찰되는 과정에서 대선거구제와 구·시·도 단위의 소선거구제도 아울러 검토되었다고 한다.
이 세 가지 선거구 중에서 1개 선거구에서 2명씩 선출하는 중선거구를 택한 것은 소선거구에서 단 1석을 놓고 경합할 때보다는 과열도를 낮출 수 있다고 지역구의원이 선거구에 얽매이는 데서 생기는 폐단을 없앨 수 있으리라는 계산에서 나온 것 같다.
새 선거법은 중선거구제와 함께 ①무소속의 출마 허용 ②선거의 반공영제 ③기탁금제 등으로 하고 있다.
무소속의 입후보 허용은 유신헌법에 길이 트여있다.
그러나 무소속 출마는 허용되었으나 기탁금에서 정당 추천 후보는 2백 만원, 무소속 후보는 3백 만원으로 차등을 두었고 기호 결정에서도 후순위로 처지게 됐다.
이것은 입후보자의 난립을 막으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당법 개정에서 정당의 성립 요건을 대폭 완화했기 때문에 무소속 출마는 억제하면서 군소 정당 후보의 난립을 막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정당 추천을 무소속보다 유리하게 함으로써 공천권으로 인한 당권의 견지를 가능케 했지만 당의 공천을 한 선거구에 2명까지 하는데서 나오는 당내 경쟁 현상은 문젯점이 될 것 같다.
당선인의 투표가 1명에 국한하기 때문에 후보자들은 같은 당의 공천자끼리도 치열한 경쟁을 안 할 수 없을 것이다.
선거법은 이러한 모든 경합과 과거의 선거에서 나타났던 과열·타락상을 방지하기 위해 선거운동을 ①합동연설회 ②선전벽보 ③선거공보에 국한시켰다.
이에 따라 정당의 지원 유세와 후보자 개인의 정견 발표회 등은 할 수 없으며 종래에 허용하던 현수막·기호표 배부·방송과 신문 이용 등도 금지되었다.
다만 업무 연락을 위해 선거 사무소·연락소와 그 책임자 및 사무원(투표구당 2명 이내)을 둘 수 있고 정당의 지역구 및 구·시·도선거대책기구를 허용했으나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는 명문 규정이 없다.
이 같이 엄격하게 선거운동을 제한한 것은 돈 드는 여지를 없애고 과열 경쟁을 막으려는 것인데 이로 인해서 신진에게는 선거가 힘겨울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선거관리비용은 국고가, 벽보·합동연설회·선거공보비용 등은 후보자가 부담토록 하여 선거는 반공영으로 실시된다고 할 수 있다. 통일주체국민회의의 대의원 선거가 완전 공천으로 실시되는 것과는 다른 점이다.
선거벽보·공보·합동연설회비용은 후보자의 기탁금에서 충당하게 된다.
또한 선거구의 정원이 2명이므로 여야가 고루 당선자를 낼 소지가 커졌다. 특히 운용면에서는 여당이 공천을 1명만 하고 야당이 난립하게 되면 서울 같은 데서도 여당의 진출이 용이해 질 수 있을 것이다.
새 선거법은 이같이 유신헌법에 따라 일신 된 것이긴 하지만 운용 여하에 따라서는 문제점도 적잖이 있을 것 같다.
선거구역이 종전보다 2배 이상으로 늘어났고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 선거운동이 극히 제한됐기 때문에 음성적인 운동이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선거법은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선거 비용 제한액을 초과했을 때에는 당선 무효까지 시킬 수 있도록 엄격한 규정을 두고 있다.
둘째 지역간의 감정 유발 문제가 있다.
A·B 두 군이 합쳐서 된 선거구에서 A·B군이 모두 자기 지역 출신을 당선시키려는 현상이 지난날의 투표 성향에 비추어 나타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셋째 정당이 선거에서 소외되면 정책 대결의 선거풍토가 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새 선거법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정당이 제외되었다. 따라서 선거에 있어 공천권을 행사하는 외에 정당이 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조남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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