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천장' 깬 잔다르크 … GM 부활 운전대 잡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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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천장보다 단단한 철의 천장을 날려버렸다’.

 제너럴모터스(GM)의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메리 바라(51·사진)가 내정된 데 대한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의 평가다. 미 최대 자동차 회사 GM의 105년 역사에서 여성 CEO선임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의 완성차 기업을 통틀어도 그렇다.

 GM 이사회가 10일 바라 수석부사장을 현 CEO 댄 애커슨의 후임으로 낙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후한 평가가 쏟아졌다. 로이터통신은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여성이란 점 말고 그의 능력에 주목하라”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GM에 경직된 중년 남성들 틈바구니에서 바라는 개방적이면서 여유로운 성품으로 돋보이는 존재였다”며 “무엇보다 자동차에 대한 열정이 강점”이라고 전했다.

 바라는 GM의 본산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났다. 바라는 “어릴 때부터 자동차 부품을 만들고 조립하는 아버지를 보고 자랐다. 우리 집안은 자동차 혈통을 갖고 있다”고 자주 말했다. 아버지는 GM 산하 폰티액 부품 제조공장에서 39년을 일했다. 바라는 18세가 되자 첫 직장으로 아버지가 다니던 회사를 선택했다. 폰티액 조립공장이었다. GM 부설 케터링대학 실습생으로서 보닛 등이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검사하는 일을 했다. 자동차에 대한 바라의 열정은 현장에서 빛을 발했다. 능력을 인정받아 사내 장학생으로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석사(MBA) 공부를 하는 기회를 얻었다. 전문 엔지니어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었다.

 바라가 CEO감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GM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파산한 2009년 이후다. 제품 라인 정비, 인력 재배치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탁월한 실력을 보였다. 어려서부터 쌓은 현장 경험 덕분이었다. 제품 개발에서 디자인과 구매 등으로 담당 영역을 차근히 넓혔고 이제 내년 1월이면 GM 전체를 지휘하게 된다.

 블룸버그통신은 그가 맡을 CEO직을 두고 “세상에서 가장 부담스럽고 어려운 자리일 것”이라고 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9일 보유 중이던 GM 주식을 전량 매각하며 ‘구제금융 졸업’을 선언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수익 개선, 일본 도요타에 내준 세계 1위 재탈환, 구조조정 마무리 등 과제가 산적하다. 바라는 “앞으로 쓰레기 같은 차는 만들지 않겠다. 전속력으로 전환기를 마련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11일 마침 GM의 호주법인인 홀덴이 “2017년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철수설’이 솔솔 나오는 한국GM에 대해 바라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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